안병선 중서부권 부국장


새 수장이 들어선 지방자치단체는 요즘 '보은성 인사'로 바쁘다. 물론 불법은 아니다. 안산시도 시 산하단체장과 본부장급 인사를 마무리했거나 현재 진행중이다. 이들 자리는 공개모집을 거치는 형식이긴 해도 대체로 내천된 인사들이 전문성과 무관하게 대부분 낙점을 받는다. 그동안 당연히 하던 일이라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인물이 아니면 된다고 본다.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기보단 지방권력이 바뀜에 따른 일정 부분의 보은성 인사를 용인하는 관행에서 비롯됐다.

안산시에서도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밟긴 해도, 수장 의중에 따라 이러한 형태로 얼굴이 바뀌는 곳이 10여 군데에 이른다. 앞서 민선 6기 지방선거가 끝난 후 일부 자리가 시장과 경쟁관계였던 인사에게 돌아가면서 앞으로 안산에서 산하단체 기관장을 하려면 무조건 시장후보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했다. 업무처리 전문성보다는 선거과정에서의 보상 차원 인사라는 게 시중 여론이었다.
민선 7기 들어 이들 자리에 대한 인사 평가도 후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일부 자리는 채용을 앞두고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의심을 받을 만한 인사가 최종 면접에 합격해 11월 임용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시에서 명퇴한 4급 출신자 중 지원을 받아 채용한 자리에까지 시장선거 캠프에 도움을 준 인사들이 꿰차면서 논란을 빚는다는 점이다.
고위 공직자 출신은 조직 안정에 기여하고 적체된 인사 숨통을 트이는 한 방편으로 효용성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용인돼 왔다. 그렇긴 해도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 정치인 출신이 이들 자리에 임명되면서 조직 안정은 물론 인사 적체를 불러오는 '이중고'를 초래한다.

최근 이뤄진 보은성 인사 대상자 10여명 중 지방선거 후보 낙마자나 당내 경선 탈락자 4명이 산하단체장이나 본부장급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 정치인은 모든 업무 처리 전문성에도 뛰어날까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물론 정치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거나 자격미달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그 자리에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책은 됐다는 평을 듣고 못 듣고는 온전히 당사자 노릇에 달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