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40곳 1300대 설치
"던지는게 낫지" 상인 시큰둥
"버튼 누르면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준다고요? 불이 나면 도망가야지 언제 설명을 듣고 있나요."

17일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58·여)씨는 점포 옆 기둥에 설치된 소화기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인천시가 소화기 사용이 서툰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사용법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말하는 소화기'를 설치했지만 정작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 도움 될 가능성이 낮아 오히려 사용이 간편한 투척용 소화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지난해부터 재난관리기금 8000여만원을 투입해 지역 전통시장에 말하는 소화기 1300여대를 설치했다. 현재 부평구와 옹진군을 제외한 8개 군·구 40여개 전통시장에 설치가 완료됐다.

전통시장 특성상 소규모 점포가 밀집해 있고 시설이 낙후돼 화재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골목형 전통시장은 소방차가 제대로 진입하기 어려워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하지만 말하는 소화기는 상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날 동구 송현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모(55)씨는 "이미 전통시장에 분말소화기가 가득한데 여기에 음성 기능만 추가된 소화기가 또 들어왔다"며 "전통시장 상인들이 대부분 고령인 만큼 무거운 분말소화기 보다 간편하게 던지는 소화기가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중구 신포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모(63)씨 역시 "말하는 소화기가 사용법을 알려준다지만 실제 화재에서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며 "비교적 높은 곳에 설치돼 꺼내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한 번도 소화기를 사용해본 적 없는 상인들을 위해 말하는 소화기 사업을 추진했다"며 "일부 어르신들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