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주간

 

요즘 주부들은 '장을 보기 겁난다'며 한숨을 내쉰다. 오르지 않은 게 없다는 푸념을 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식음료업체마다 거의 매달 가격 인상을 발표해서다. 생수·라면·과자·음료·커피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주부들은 "주요 식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각종 원가 상승 부담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오르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주머니도 가벼운데, 먹고살기 팍팍하고 서럽기까지 하다"며 울분을 토한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식품가격 인상은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과 원재료 가격 상승 여파로 주요 식음료업체들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린다. 소비자물가지수도 고공행진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뛰었다. 지난해 9월 2.1% 상승한 이래 1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2%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전에 2%를 밑돈 최장 기간 기록은 4년 2개월. 2012년 11월∼2016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1.7% 선에 머물렀다. 그런데 폭염·폭우 영향으로 올해 채소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2.4% 높아져 전체 물가를 0.25% 끌어올렸다. 곡물 가격도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전년 같은 달보다 12.0% 상승했다.

여기에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후 지방에서도 덩달아 택시요금 인상 방안을 세운다. 인천·경기·광주·대전·경남·제주·충북 등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택시요금 인상을 위한 용역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이라고 한다.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 요금도 오를 상황이다.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상수도 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등도 예외는 아니다. 수원시는 이달부터 상수도 요금을 평균 3.4%(t당 470원) 인상했다. 서수원~의왕 민자도로와 남양주 덕송~내각 고속화도로 통행료는 이달부터 차종별로 100원씩 올랐다.

물가인상은 '양날의 검'인 듯싶다. 올리는 것을 무조건 억누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가와 인건비 상승 등의 인상 요인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얼핏 이해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상 시기와 폭 등은 한참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공공요금 인상은 그런 점에서 논란을 부를 조짐을 보인다. 몇 년을 안 하다가 선거가 끝나자 '기습 인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하지만, 정치인이나 행정 공무원들은 추락한 경기 속에 '서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렵게 사는 서민들을 두루 어루만질 정책은 정녕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