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교수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장)

 


올해는 유난히 가을 태풍이 잦다.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심각한 태풍피해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9월 일본을 강타해 10여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부상자, 엄청난 이재민, 그리고 간사이공항 폐쇄를 비롯한 곳곳에 큰 재산피해를 낸 제21호 태풍 제비에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태풍 짜미의 영향으로 또 다른 인명·재산피해를 입었다.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오사카 간사이공항은 또다시 폐쇄되었고, 신칸센은 정지됐고, 수도권 전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으며, 재산피해도 엄청났다.
이런 대형 태풍의 피해를 비켜갔던 우

 

리나라에도 중형급 태풍 콩레이가 남부지방을 관통하면서 제법 큰 피해를 냈다. 경북 영덕만 해도 2일간 300여㎜의 비가 영덕에 쏟아지면서 314가구 55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과 건물 1천409채가 침수되어 주민 1288가구 2157명이 고지대로 대피했다고 알려졌다.

가을 태풍은 6-8월의 홍수기를 지나 수해대책이 느슨해진 시기에 발생되고, 추수기에 이른 농작물에 영향을 주게 되어 피해가 더욱 커지는 경향을 지닌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우리의 재해 대비태세는 어떠한지 미리 살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세계에서 재해에 가장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알려진 일본에서 저만큼 피해가 난다면 재해 대비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기후변화 영향이 증대되면서 곳곳에 기상이변이 생기고, 이에 따른 재해는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재해는 예고하지 않고 찾아온다. 그러나 사전에 미리 잘 대비하기만 하면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재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가 난 이후에 누구의 책임이라는 책임공방, 시스템이 부족했다는 시스템 타령, 투자가 부족했다는 한탄은 아무 소용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평소에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적절한 교육이나 훈련도 있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하면 당연히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재해를 미리 예측하고,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적 및 시스템이 잘 구성되고,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피해는 이러한 준비가 왜 필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두 번째는 최근 너무 소홀히 되고 있는 사회간접시설, 이른바 인프라 투자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최근 모든 관심이 복지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 사회간접시설 투자가 성공한 나라에 속한다. 이러한 뒷받침 아래 각종 굴뚝산업과 첨단산업이 발전되어 왔다. 사회 인프라 없이 아무 산업도 발전할 수 없고, 국민들의 삶도 윤택해지지 않는다. 최근 남북경협에서 북한에서 가장 원하는 바가 도로, 철도, 수도 등 사회인프라라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사회인프라에는 걱정이 앞선다. 너무 노후화되어 있는 것이 많고 곳곳에 구멍이 난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시설은 첨단인데 땅속에 묻혀 있는 각종 시설들이 국민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다. 근본적 문제의식 없이 첨단으로 덧붙이고, 무늬만 바라보면서 괜찮은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발생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준비가 부족해서 당하는 재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전문가들도 침묵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려야 한다. 사회 시류만 따라가지 말고, 옳은 것은 옳다고 해야 한다. 국민들도 그러한 사람들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재해에 대한 훈련도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충청남도에 가뭄이 심할 때 하루, 이틀간 수도공급을 중단하고 비상시 대응하는 훈련을 하자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정부나 국민들이 비상시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늘어나지만 기후변화 영향은 이미 우리 주변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로 인한 각종 재해는 과거와는 다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되고 정부도 근본적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국민들도 눈앞 인기에만 영합하는 사람보다는 국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뽑는 지혜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