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인천 도시위상에 걸맞은 '시사편찬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체계적인 역사연구 인프라 확충이 애향의 도시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야 '이부망천'과 같은 정치적 발언을 불식하고 자랑스러운 인천의 자긍심을 물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문화의 기저다. 그럼에도 인천은 문화 속에 흐르는 역사의 향기를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인천시 문화재과가 3조804억원을 들여 강화도성 모습을 실현하겠다는 '강도(江都)의 꿈' 계획안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이었다. 웅대한 인천 역사의 청사진은 방대한 논의와 치밀한 계획으로 구안돼야 함에도 누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는지 궁금하다. 인천시사편찬원이 더 간절해지는 사례다.

10일 시의회 의총회의실에서 '인천시사편찬원의 필요성과 설립방안 토론회'가 시의회를 비롯한 인천경실련, 인천YMCA,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 인하역사문화연구소,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해반문화, 인천개항장연구소,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중장기 3조원의 사업안도 만드는 인천시가 시사편찬원 설립 요구에 '고려'하겠다는 정도의 반응은 볼멘소리다. 이날 유세움 시의원은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는 본연의 기능을 명백히 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본디 강화고려역사재단 기능을 유지했다면 남북 화해 무대에 인천의 가치가 한층 돋보일 기회였다. 인천역사문화센터로의 변신은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인천문화재단의 패착이다. '강화-개성'의 카드 하나를 잃은 셈이다.

발제에 나선 이희환 기전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 "사초(史草)와 같은 역사 기록은 행정 간섭에서 초연한 자리"라고 지적한 것은 인천 역사편찬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을 꼬집은 뼈아픈 한마디다. 또 서울역사편찬원의 이상배 연구원은 발제문 한편에 "편찬원 설립과정도 단체장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결단을 내렸기에 가능했다"고 술회했다. 토론에 나선 박상석 시 문화재과장의 의견처럼 "천천히, 단계적으로"만이라도 시사편찬원 설립 시금석을 놓았으면 한다. 그리고 박남춘 시장이 결정해줬으면 좋을 듯싶다. 그러면 그는 문화유산 전수 기틀을 마련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발제 결론에서 "오늘 토론회를 기점으로 '인천시사편찬원 설립' 운동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하면서, 박 시장의 공약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