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밤 … 축제장은 그루브로 데워졌다
▲ 커티스 스타이거스 공연 모습. /사진제공=자라섬재즈페스티벌

▲ 제15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모습. /사진제공=자라섬재즈페스티벌

쓸모 없던 땅에서 이젠 지역 명소로
국내 대표 축제엔 매년 20만명 찾아
전통·방문객수 만큼 라인업도 쟁쟁

올 전설의 기타리스트 마크 리보부터
커티스 스타이거스 경쾌한 목소리에
관객 추위에도 자리지키며 "앙코르"







언제 부터인가 '가평'하면 '자라섬', '자라섬'하면 '재즈페스티벌'이 당연하게 떠오른다.

15년 전만 해도 20만평 남짓의 이 작은 섬은 그저 쓸모없는 땅덩어리에 불과했다.

지역 축제를 고민하던 한 공무원의 눈에 띄어 개발하게 된 이 곳, 자라섬이 이제는 매년 20여만명이 다녀가며 대한민국 대표 명소로 불린다.

'재즈'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재즈의 대중화를 선도한 1등 공신도 단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다.

우후죽순 각종 '재즈'를 내건 소위 '짝퉁' 재즈 축제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오리지널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축제는 자라섬이 유일하다.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한 이번 페스티벌은 전통만큼이나 쟁쟁한 라인업으로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공연의 첫째 날인 지난 12일, 어스름 녘 낙조와 함께 축제의 시작을 알린 건, 회화적 낭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 '이선지 체임버 앙상블'의 공연이었다.

찬란함과 서글픔이 동시에 밀려오는 곡, 'Blue for Spring'은 10월의 해가 지는 풍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냈다.

이선지 체임버 앙상블이 적셔놓은 무대는 재즈 기타의 전설적인 뮤지션 '마크 리보'가 이어받았다.

아방가르드 한 재즈 기타 선율이 일품인 마크 리보의 공연은 나직한 그의 보컬이 만나 깊이를 더했다.

그가 28살 때 처음 손에 쥐게 된 낡은 기타는 37년 동안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도 활약했다.

축제가 무르익을 무렵, 화려한 브라스에 맞춰 등장한 커티스 스타이거스의 호방한 보컬은 무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서 경쾌한 그루브가 인상적인 'Come Fly With Me'에 몸을 실었다.

입김을 불어가며 연신 "I'm not cold"라 외치는 그의 익살스러움은 관객들의 마음까지 녹였다. 무대의 막바지를 향해가는 자라섬의 가을밤은 어느덧 추위를 잊은 채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1996년 앨범 'Sinatra at the Sands'를 오마주한 커티스의 'One More for the Road' 수록곡, 'Fly Me to the Moon'이 흘러나오자 객석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재·알·못(재즈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친숙한 이 곡은 커티스만의 독보적인 해석으로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트럼페터 조정현을 중심으로 결성된 재즈 빅밴드, 더 재즈앰배서더스 오케스트라의 협연은 커티스의 음색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커티스 스타이거스는 'You Make Me Feel So Young'을 끝으로 아쉬운 작별을 했다.

열띤 무대는 끝이 났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앙코르' 소리 만이 자라섬을 지켰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