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송유관공사의 고양 저유소였다. 여기저기 화재사고들이 연이은 끝에 이제 저유소마저 폭발했다. 사고 원인은 어이없게도 풍등 때문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핵심만 말하자면 이렇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날렸던 풍등이 마침 저유소 근처에 날아와 떨어졌고, 이를 주운 외국인 노동자가 재미삼아 다시 날렸다. 이 풍등이 저유소 잔디마당에 떨어져 불이 붙었다. 화재가 나고 18분 뒤 이 불씨가 저유소 탱크에 옮겨 붙어 폭발했다.

화재 직후 경찰은 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청와대 신문고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구속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게시됐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호응했다. 검찰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구속을 불허했다. 이번 사고의 진행과정과 해결수순은 우리 사회가 대응했던 사고처리 과정의 문법을 전형적으로 답습한다. 평상시에는 느슨했다가 막상 사고가 나면 매우 엄격하게 원인을 밝히고, 사고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몇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

여전히 뭔가 석연찮다. 신고도 없이 풍등행사를 진행한 인근 초등학교의 문제, 저유소 발화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잔디에 불이 붙고 저유소로 옮겨 붙은 18분 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저유소 직원들의 안일한 근무태도가 지적됐다. 물론 허술한 규제 시스템의 문제도 일부 언급되기는 했다. 사후 약방문식이지만 저유소 관리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또 개선될 것이다.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사회적 규제는 과감하게 풀되 환경적 규제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특히 안전시설의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선제적 조치에 있다. 사고가 나고서야 비로소 문제를 알아가고 처방하는 것은 어리석다. 특히 수도권에서 다시 점검해 봐야 할 안전시설은 허다하다. 그 중의 하나가 화학물질 단지나 취급소에 대한 관리다.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실태와 위험성을 지적했으나 관계기관의 대답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번 저유소 화재 사건에서 보듯 '한 사람이 로또에 두 번 맞을 확률'에 대해서조차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태도야말로 안전을 생각하는 마땅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