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명예교수

 

강화도를 '지붕 없는 역사 박물관'으로 부른다. '민족의 자주·자강의식의 요람', '개국과 호국, 국난 극복과 민족 항쟁의 성지(聖地)', '국가안보의 전략적 요충지'라고도 지칭한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이 계속 입안·추진되어야 하지 않는가. 이런 관점에서 제4350주년 개천절 경축식과 언론 보도를 관심을 갖고 보았다. 그런데 국조 단군과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 건국, 강화와 참성단이 보이지 않는다. 실망스럽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민족의 뿌리에 대해 몇 가지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듯싶다.
첫째,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또는 한국(Korea)이라고 말할 때, '코리아'란 이름이 국제사회에 각인된 것은 고려 때문이다. 그 고려의 39년간 수도로서 자랑스러운 국권수호의 땅이 강화다. 분열된 한반도를 통일하고 개성에 수도를 정한 후 약 500년 존속한 고려(918~1392년)가 결정적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강화도는 그 존재가치를 드높였다. 왜 상고시대 단군께서 이곳에 참성단을 쌓고, 고려와 조선 양 왕조에 걸쳐 국가 차원의 제전행사를 거행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한 국가·민족의 증언이요 생생한 기록인 역사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알고 정확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도상에서 강화는 한반도 전체를 포근히 감싸안은 듯한 모습이다. 한반도 서해안의 중앙인 경기만의 요충지, 즉 경기 북서부 한강 하류에 위치한다. 정확히 한반도의 '배꼽'에 해당한다. 인간에게 배꼽은 생명 그 자체다. 강화를 정확히 알려면 한강의 성격을 아는 게 핵심이다.

북한강은 강원도 금강군 옥밭봉에서 발원해 금강산 물줄기인 금강천을 따라 흐르다가 철원에서 금성천과 합친다. 백암산 아래를 지나 화천군 평화의 댐과 화천댐(파라호)을 거쳐 남으로 흐른다. 또한 인제군 서화면에서 발원한 인제천(인북천)이 남쪽으로 흐르다가 설악산에서 발원한 북천과 합쳐진 후 홍천군 내면에서 발원한 내린천과 또 합류하여 소양댐을 지나 춘천에서 소양강으로 된다. 소양강은 파라호를 거쳐 북한강 원류와 합쳐 계속 남쪽으로 흐르다가 홍천군 서석면에서 발원한 홍천강과 합류한 후 서쪽으로 흐르다가 가평군에서 조정천과 합류하고 양평군 양수리에 도착한다. 한편 태백시 금대봉산(1418m)에서 동쪽 용소(龍沼)는 낙동강 발원지이지만, 서쪽 검룡소가 남한강 발원지이다. 이 물은 골지천(삼척시)과 임계천 및 송천(정선군)과 합류하여 조양강으로 되고, 오대천을 합류한 동강은 서강과 합류(영월읍)한 후 충주시에서 강달천과 함께 흐른다. 섬강과 합류(경기 여주)하고 경미천·양화천·북하천과 함께 흐르다가 양수리(경기 양평)에서 북한강과 합쳐 팔당댐을 지나 거대한 물줄기 한강이 되어 흐른다.

서울의 북한산과 남산 지류들을 흡수하고 한강 하구에서 예성강과 임진강이 또 합류된다. 예성강은 황해북도 언진산(1120m)에서 발원해 황해남도 배천군과 개성시를 흐르다가 강원도 장재덕산(752m)에서 시작된 지석천(支石川)과 합쳐진 강이다. 임진강은 두류산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흘러 휴전선을 지나 철원·연천에서 한탄강이 흘러들면서 남서쪽으로 파주 탄현면에서 한강에 유입된다.
강화도를 남북으로 한 바퀴 돌아 서해와 교차·합류된다. 물은 생명수이고 북한강과 남한강은 우리 민족의 동맥과 정맥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을 거치면서 많은 지류와 강을 만나는 곳이 강화다. 강화 해안 광활한 갯벌(3395㎢)에는 어류 230종, 새우류 130종, 조개류 58종이 서식한다. 바다와 민물고기들이 뒤섞여 강화연안은 항상 풍성한 어류들의 천국이다. 또한 비옥한 땅에서 1년 평균 6만3900여 t의 농작물을 생산한다. 특히 강화 갯벌은 철새의 보고인 동시에 한반도 하류 일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과거 선진 외국들의 최대 관심지역이요 해군사관학교와 육영사업으로서 사립학교·유치원·양로원 등을 설립한 곳이 강화다. "마리산은 민족의 머리로 상징되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고 있다."(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태종실록) 안영배 풍수학 박사는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 에너지에 흠뻑 취한 후, 몇 차례 답사한 중국 태산(泰山, 1532m)을 다시 찾으니 태산은 싱거웠다. 마니산 천기 파워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즉 우주 공간까지 기운이 뻗히는 산이란 얘기다. 왜 삼국시대에 서로 한강을 차지하려 다퉜고, 4척의 프랑스 함대(병인양요, 1866), 2척의 미국 군함(신미양요, 1871), 일본 운양호(강화도조약, 1876) 등은 왜 강화도를 침범했는지 감이 잡힌다. 불교(635년 신라), 프랑스 신부에 대한 탄압(1866), 영국의 성공회(1893), 미국의 기독교(1893) 등의 종교가 왜 강화도를 대한민국 진출의 선교지로 삼았는지도 그 의미를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 교통문제가 난제로 떠오른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강화지역 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이다. 정부의 책임 아닌가. 강화~영종 연육교는 1970년대에 이미 마련한 국토개발 프로젝트이다. 덕유산·대명콘도·무주구천동에도 콘도라가 있고, 여수 해상·통영 미륵산·용평·남산·설악산에도 케이블카가 있다. 개성과 금강산은 보이고 남쪽과 서쪽 어느 섬에 '공항 건설'을 떠들면서 정작 역사와 민족혼의 성지인 강화는 왜 안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