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지난 10월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후배 기자가 임산부 체험을 제안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남자들도 임산부의 어려움을 느껴 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망설일 줄로만 알았던 남자 후배들이 선뜻 체험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혼인 남자 기자와 아이 하나를 둔 아빠 기자가 무게 7kg인 임신체험복을 기꺼이 착용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들 임산부의 애로를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미래의 부인에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인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임산부의 날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날이다. 이런 사회적 노력에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1.05명이다.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 등으로 3년 연속 하락세다. 2018년 올해의 경우는 0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천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앞다퉈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임신 축하선물은 기본이고, 축하금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다자녀를 위한 다양한 할인 혜택까지 공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출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를 낳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돈 많고, 집안 환경이 맞춰주는 경우는 사립학교나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등에 보내면 그만이지만 대부분은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에 맞춰 아이를 기를 수밖에 없다.
이런 공교육이 신뢰를 주지 못할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도 마찬가지다. 계속 되는 아동학대로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의 마음은 항상 긴장 상태다. 여기에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간다니, 화가 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신도시의 경우 과밀학급 문제 해결이 수년째 제자리다. 어린 초등생들이 세 차례에 나눠 급식을 해야 하고, 방송실이나 음악실 등을 교실로 활용해야 한다. 인천의 한 학교는 교실에 비까지 새는 바람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반에 50명이 넘는 인원이 공부하지 않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송도와 청라 등 신도시의 과대과밀 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교육청 홀로 책임져야 할 일인가. 당초 계획과 달리 아파트 짓기에 열을 올린 인허가 기관들이 교육 문제를 홀대하며 빚은 결과다.
지난 9월 정부가 신도시 부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사실 겁부터 난다. 어떤 민원이 들끓을지 예상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이유로 수도권에 3만5000가구 공급을 1차 발표했다. 인천에는 검암동 일대에 7800호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를 놓고 교통 등 기반시설에 대한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연 학교 대책도 있는지 묻고 싶다.
교육부는 검단신도시 남단, 북단 사업지에 각각 초등학교 1개교, 중학교 1개교씩 모두 4개교 계획에 대해 신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아파트 분양 공고부터 한 뒤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도시 내 주민들이 입주 초기 주장하는 학교 문제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집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주택정책은 변화해야 한다. 공급 주택 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공급되는 지역 내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공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도 함께 발표해야 한다.
축하금을 통한 출산율 정책은 1차원 적인 수준에 그친다.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어떠한지가 중요하다.
어린 아이를 안심하고 떼어놓을 수 없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없고, 옹기종기 좁은 교실에 모여 있어야 하는 현실은 출산을 장려하기 어렵다.
이번 교육부 국감은 실망스러웠다. 장관을 둘러싼 논쟁만 있을 뿐, 아이를 더 낳고 싶어질 만한 교육 대책 논의는 없었다. 고교 무상교육 논의는 마치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