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메르스 등 감염병 유입
백신 없어 격리해 전파 차단
'느긋한' 중앙 정부 설득해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인천지역에 설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중동발 메르스에 감염된 한국인의 유입 경로로 전락한 문제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의 명분이 되고 있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 수준의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신종 감염병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환자 격리로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가 이듬해 완료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 연구용역 결과, 인천을 비롯한 전국 5개 권역(인천·중부·호남·영남·제주)에 50병상 규모의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시도 인천공항이 메르스 최초 발병자의 국내 유입 경로가 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진료 체계를 마련하고자 정부에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비용은 300억원대로 예상된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인천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사업을 위한 국비 지원(기본 설계비 14억원)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장 정부의 '느긋한 시각'이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에, 서울과 가까운 인천보다는 우선 다른 권역부터 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국내 중동 노선 대부분이 인천공항에 쏠려 있어, 언제든 인천지역에서 메르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쿠웨이트로 업무 출장을 다녀왔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60대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300만 인천시민의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2015년 국내 첫 메르스 감염 환자도 바레인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시는 정부가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인천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에 적극적 자세를 취해주기를 바란다.

시 관계자는 "장거리 해외 여행객 대다수가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는데다 메르스 최초 발병자 모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사실이 있다"며 "정부가 메르스 확산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감안해 최우선적으로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