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알바노동자 여러분 세 가지는 기억해주세요"
▲ 김한별 알바노조 초대 인천지부장이 수능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험생들에게 근로계약서 작성, 휴게시간 보장, 산업재해보험을 통한 치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란 잠시 거쳐 가는 일자리로 저평가된다. 일본에는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프리터족'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자발적인 프리터족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권리'마저 저평가 될 순 없다. 일의 형태만 다를 뿐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노동력을 투입해 돈을 버는 엄연한 임금노동자다.

이런 이유로 '알바(아르바이트의 줄임말)생은 노동자인가'라는 질문은 김한별(26) 알바노조 인천지부 초대 지부장에겐 무지한 질문이다.

"알바생이 아니고 알바노동자입니다. 노동자로 권리를 당연히 요구할 수 있고 요구해야 합니다."
김한별 초대 지부장은 2016년 9월 출범한 알바노조 인천지부를 2년간 이끌고 최근 일반 조합원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알바노동자 서포터즈, 체불임금 상담, 알바노동자 실태조사 등 적지 않은 활동을 했다. 알바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시도도 있었다. '처음'이라는 면에서는 성공이지만 단체교섭 성립 유무를 놓고 보면 '실패'였던 사건이다.

"주유소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이셨어요. 3년 정도 일하셨는데 주휴수당, 휴게시간 등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최저 수준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었죠.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고자 적극 나서면 돌아오는 분위기는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하라는 거죠. 이런 것이 싫어서 알바노조가 지원해 단체교섭을 시도했습니다. 법적으로 1명이라도 단체교섭은 가능하더라고요. 사장과 측근 직원들이 조합원에게 퇴사를 종용하며 압박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어요. 그래도 공문을 보내고 단체교섭을 시도해 결국 두 번 정도 단체교섭 상견례를 했지만 결국 조합원께서 못 버티고 퇴사를 하셔서 무산됐죠."

▲사각지대 속 알바노동자 인권 문제
알바노동은 그간 '노동'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소외돼 왔다. IMF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비정규직'은 이제 노동 문제의 주요 의제가 됐지만 알바는 여전히 논외다. 그만큼 알바노동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의 어려움은 곧 인권 문제와 맞닿아 있다.

"알바노동자들은 연령대가 다양한데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분류 가능할 것 같아요. 청소년과 여성, 중년 이상의 실버 세대입니다. 활동 초기에 접한 사례인데 고등학생 알바노동자였는데 사장이 학교도 안 끝났는데 일하러 오라고 하고 안 오면 불이익 준다고 협박하고 폭행했던 심각한 일이 있었어요. 알바는 너희 같은 어린 청소년들이 하는 거고 그래서 막 대하고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거 같아요. 넌 학생이고 잠깐 일하는 거니까 좀 참으라는 건데, 합리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또 화장품 매장에서 일했던 여성이 겪은 일입니다. 매장 내 탈의실에 CCTV가 설치돼 있었어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죠. 출퇴근할 때 매일 거기서 옷을 갈아 입으셨는데 나중에야 알게 된 겁니다. 체불임금 상담하면서 그 여성분이 말씀해 주셔서 저도 알게 됐죠. 어떻게 해야할지 감조차 오지 않더라고요."

▲최저임금 인상, 노사 대립 프레임 넘어야
김 전 지부장이 바라 본 인천 알바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떨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과 비교하면 인천은 수준이 낮은 사업장들이 많습니다. 서울 알바노동자들에게 지금 주휴수당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지역 의제라면 인천은 최저임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의제입니다. 작년에 수시에 합격한 고등학생 알바노동자가 수능 후 알바를 했는데 4200원 정도 받았습니다. 작년 최저임금은 6400원 정도였죠. 저희 지부에서 2016년도에 편의점 중심으로 알바노동자 실태조사를 해보니 사업장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서울이 앞선다기보다 인천이 뒤처지고 있는 겁니다."

최저임금 문제는 알바노조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의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도 알바노조가 2013년부터 강하게 주장해 왔다. 김 전 지부장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발생하는 사업주들의 부담을 노사 간 대립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업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노동자 임금을 조정하거나 동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다른 대안이 필요합니다. 가령 프랜차이즈 본점의 갑질 횡포를 막는 등 다른 시각과 구조에서 자영업의 어려움을 풀어야 합니다."

▲새로운 노동운동 꿈꾸는 알바노조
노동조합의 힘은 노동자들의 '연대'에서 나온다. 하지만 알바노조는 대개의 노동조합처럼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게 아니다 보니 조직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노조와 다른 방식의 노동운동이 요구된다.

"알바노조는 조직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알바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각 사업장에 흩어져 존재하죠. 사업장에 많아야 2~3명이라 조직하기 쉽지 않습니다. 알바노조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겁니다. 저희는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닙니다. 가령 일반적인 노조에서는 사업장을 기반으로 두고 있으니 요구 사항이 있을 때 파업을 하고 쟁의를 하면 무언가 해결될 실마리가 생깁니다. 그런데 저희는 파업한다 해도 효과가 없죠. 알바노동자 한 명 일 안한다고 사업장이 안 돌아가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창의력이 매우 필요하고 20~30대의 문화에도 민감합니다."

알바도 노동이다. 그러기에 알바노동자들도 노동자의 권리가 있다. 알바노조는 이 명확한 사실을 입증하는 존재다.

"수능이 끝나면 청소년 알바노동자들도 많이 생길 텐데 세 가지만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써야하고 휴게시간을 꼭 보장받아야 하고, 일하다 다치면 사비가 아닌 산업재해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알바노조가 아니더라도 노동자라면 노조에 가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문제에 혼자 대응하기보다 같이 대응해 노동 환경을 바꿔나가면 좋겠습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알바노조 인천지부는?
2016년 9월30일 창립총회를 통해 정식 출범했다. 2015년 초 만들어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인천지부 준비위원회가 모태가 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이 아닌 독립된 노동조합이다.

체불임금 상담과 노동인권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한별씨가 초대 인천지부장을 맡고 2년간 지부를 이끌었다. 올 10월쯤부터 임채린 2대 지부장이 조합을 이끌고 있다.

현재 인천지부 조합원은 30여명, 전국 조합원은 500여명으로 알려졌다. 특정 사업장 위주가 아닌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사업장 아르바이트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