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말이 한가로이 노닐며 살을 찌우고, 들판에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가을. 이곳저곳 산등성 언저리에서 소슬바람에 따라 나부끼는 억새꽃은 마치 평화의 손짓을 하는 듯하다. 정녕 완연한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말이 살을 찌우는 것처럼 사람들도 사색을 통해 마음을 살찌우는 철이다. 한적한 곳을 찾아 한 권의 책을 읽어보는 낭만의 시간이기도 하다.
매년 10월이면 의학·경제·문학·평화·화학·물리 분야에서 인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노벨상을 선정한다. 모든 국가가 노벨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또 연일 언론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 3천만달러의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민주화를 이뤄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노벨상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노벨상 수상자인 유태인 피터 도허티는 "독서가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독서는 한나라의 경제적·사회적 지속발전에 자양분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영조 때 유중림의 산림경제 책에도 "글이란 읽으면 읽을수록 사리를 판단하는 문이 맑아진다"라는 문구가 있다. 옛 부터 책을 가까이 한 나라이다. 김득신은 '백이전'을 11만3천번 읽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자화상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아시아권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독서를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이러고서는 경제성장도, 더 나은 민주선진국가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마치 로봇같이 스마트폰을 본능적으로 손에서 움직인다. 서점은 한적한 지 오래다. 책을 읽는 낭만, 그리고 책갈피에 가을의 단풍잎을 소중히 담았던 옛 시절이 그리운 계절이다.

마래학자 최윤식의 '2030 미래의 대이동'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독서는 단순히 읽는 그 자체로 볼 수 없다. 최윤식은 "미래에는 결국 인문학적 소양이 인생의 능력으로 대두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인성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과 경쟁하는 시대에 인간이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차별점 중 하나라고 했다. 이렇듯 독서는 한 나라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최근 화두인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또한 독서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다"라고 한 것은 애플이 기술뿐만 아니라 인간 지향적 문화와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특히 미국이라는 강대국 이면에는 독서와 글쓰기가 있다. 하버드대학교는 1학년부터 의무적으로 글쓰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고, MIT공대는 글쓰기 향상에 연간 20억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이처럼 미래에는 글쓰기와 생각하는 능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기에, 각국은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2017년 문화체육부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은 1년동안 평균 8.3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매년 독서하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불확실한 지구촌의 경제상황,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이란 치열한 경쟁에서 진정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독서를 권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산업 경쟁의 바탕에는 공학과 인문의 결합을 통해 창의적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10월,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독서 권하는 사회로 나아가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