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북성동에 자리를 잡은 화교학교의 정식 명칭은 인천화교중산중·소학교(仁川華僑中山中·小學校)다. 매년 10월초가 되면 이 학교 정문에 현수막 하나가 걸린다. '慶祝 中華民國 雙十國慶' 쌍십절(10월10일)을 기념하고 경축한다는 내용이다. 쌍십절은 중화민국(대만)의 건국 기념일이다. 인천중산학교는 대만 정부의 것이다. 중국 소유가 아니다. 쌍십절 아침, 청천백일기와 태극기가 함께 나부끼는 중산학교 운동장에서는 기념식을 치른 후 학생들의 화려한 용춤과 사자춤 공연 등이 진행된다.

북성동 차이나타운을 '중국촌' 답게 하는 것은 짜장면집이나 중국풍 상점이 아니다. 한 세기가 흘렀어도 이 동네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화교학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화교학교의 효시인 인천중산학교는 1901년 설립되었다. 1970년대 초·중·고 전교생은 1500명에 달했다. 운동장에 함께 모이면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끌벅적하고 바글바글했다. 당시에는 소학교 교장, 중고등학교 교장이 따로 있을 만큼 학교 규모가 컸다. 지금은 유치원, 초·중·고등까지 모두 합친 전교생이래야 300여명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쌍십절을 손꼽아 기다려 학교로 구경을 가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화교 학생의 학부모는 물론 구경꾼, 잡상인들로 차이나타운 골목은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화교협회와 학교만의 잔치가 아니라 지역의 볼거리였고 축제였다. 쌍십절에 시내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 먹기가 힘들었다. 화교들이 상점 문을 닫고 모두 학교에 모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쌍십절에도 차이나타운 곳곳에 춘장 볶는 냄새가 가득하다. 해가 갈수록 '중산' 손문(쑨원)의 정신이 점점 희미해지는 듯하다.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