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천의 한 대학에서 교수를 수십명 더 충원하려는 중이다. 8월 말 교육부가 2021학년도까지 4년제 대학 40곳과 전문대학 46곳이 1만여명의 학생정원을 줄이라고 발표했는데도 말이다. 인천에선 적어도 1개의 4년제 대학과 1개의 전문대가 그 명단에 포함되었다. 이들 대학에서 각기 적으면 학생정원의 7%에서 많게는 35%를 줄여야 한다. 같은 기간 이 대학 가운데 20개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또 다른 9개는 일부 재정지원만 받게 된다. 이 20개 대학에선 재학생을 제외하고 신입생이나 편입생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이제 이 대학에 대해선 가급적 미래의 신입생이라도 관심을 갖지 말라는 '극형의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정도론 언 발을 녹이려고 소변을 보는 격에 그칠 것이다. 물론 해당 대학의 교수, 직원, 학생에겐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이번 평가에서 벗어난 대학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일지라도 이 정도 처방이라면 간신히 명줄만 늘리는 일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저출산 풍조에 따라 학령인구가 매우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1997년 출생자가 67만5394명이었는데 2001년에 55만9934명으로 한 해만 50만명대를 기록한 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 40만명대에서 오르내렸다. 2017년에 35만7771명으로 줄어든 다음 올해도 30만명을 간신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

이렇다 보니 한국사회의 인구구조는 피라미드형에서 항아리형으로 변했다가 이제는 밑변이 좁은 마름모형으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사회는 2017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도 지나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라고 하는데, 해당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라고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처한다고 정부는 2009년부터 대학정원을 약 10만명 줄였고 사립대 15개가 문을 닫았다. 그 사이 대학 등록금은 동결되었고 2018년부터 입학금 제도는 폐지되었다. 대학에도 최저임금제가 적용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이 진행 중이다.

2018년 9월에는 시간강사법 개정안이 나와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통과된다면 내년부터 시간강사도 전임교수와 같이 방학에도 월급을 줘야 하고 4대 보험도 보장하게 바뀐다고 한다. 학생이 줄고 인건비는 느니 대학의 선택지는 별로 남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엔 지방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서울에 위치한 성신여대는 최근 미래발전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단과대를 줄이고 교직원 월급을 10% 삭감하기로 발표했다. 이미 지방의 사립대에서 발생했던 일이 서울에까지 번진 것이다. 또한 서울과 경기지역 대학에선 교수를 추가로 채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책임시수도 줄였던 것을 과거 수준으로 늘리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 53만명 수준이었던 대학 진학자 수가 2023년에는 24만명 수준으로 절반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불과 5년 후엔 지방이고 서울이고 모든 대학은 키워놓은 학교 규모에 치이고 빼곡하게 지어놓은 학교 건물이나 기숙사가 휑하니 비는 것을 피하지 못한다.

가히 학령인구절벽이라고 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교육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정원을 10만명 줄이는 일 외에는 크게 한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대학의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예컨대 이미 저출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던 김영삼 정부 시절 대학설립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면서 대학의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지금의 문제를 키워놓았던 것이다. 게다가 대학평가에서 전임교수 대 학생 비율을 중요한 지표로 삼아서 대학마다 교수를 대폭 충원하게 만들었다.

급속하게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면 당국은 전임교수 확보율이라는 평가지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아니 이제는 대책 없이 교수를 많이 뽑거나 건물을 많이 짓는 대학엔 오히려 불이익을 과감하게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 인천지역 대학에서는 교수를 수십명 더 뽑겠다고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전임교수 확보율이 이미 80%는 물론 90%나 100% 이상인 학과에도 교수를 더 뽑게 하겠다는 대학이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시대 흐름에 역행해도 되는가? 이 대학의 미래가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