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20대 외국인 긴급체포
덮개 날아가 소화 기능 상실
초진 실패·속수무책 등 의문
▲ 8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합동감식반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고양시의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내 휘발유 탱크에서 발생한 폭발화재가 한 외국인에 의한 실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대형화재는 대한송유관공사 창사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초유의 사태다.

하지만 초기 진화에는 왜 실패한 건지, 한 번 불이 붙으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지 등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8일 고양경찰서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과 관련해 스리랑카 국적의 A(27)씨를 유력용의자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비전문취업비자 신분인 A씨를 중실화 혐의로 이날 오후 4시30분쯤 고양시 강매동의 한 노상에서 붙잡았다.

A씨가 7일 오전 사고 직전 저유소 인근 야산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소형 열기구(풍등)을 날렸고, 풍등이 저유시설 잔디밭에 떨어지면서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탱크내부로 옮겨 붙어 폭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저유소 인근에 설치된 CCTV 등을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9일 오전 10시 2층 소회의실에서 수사결과를 브리핑 할 예정이다.

이번 화재로 시가 34억여원에 해당하는 휘발유 260만ℓ가 연소했으며, 이를 다 연소시키며 진화작업을 하는 데 총 17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7일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는 직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신고를 한 직원들에 따르면 오전 10시56분쯤 '펑'하는 폭발음이 들리면서 포소화설비(소방시설) 작동이 감지됐다.

저유소에는 행여 폭발사고가 나더라도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폼액이 분사되게끔 하는 소화설비가 갖춰져 있다.

송유관공사 측은 사고 초기 1시간 반 동안 6000ℓ의 폼액이 소진됐으며, 이에 폼액 분사 장치가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송유관공사 측은 이날 "폭발로 저유조 덮개 역할을 하는 콘루프가 날아가며 저유조 내부폼액 소화장치와 충돌해 소화 시설이 정상 작동 못했고, 결국 초진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1차 초기 진화가 실패함에 따라 소방당국이 총력을 기울였으나 진화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됐다.

김권운 고양소방서장은 "예상보다 화기가 너무 세서 소방관의 진입도 100m까지밖에 안 된다"며 진화가 지연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는 더 세져 화재 발생 7시간 만인 오후 6시부터 고성능화학차를 이용해 유류화재용 소화약제를 집중적으로 분사했지만, 접근 자체가 어려워 진화작업은 더뎌졌다.

이렇게 진화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인력 684명, 소방헬기 5대를 포함한 장비 224대가 동원됐으나 사실상 주변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것 말고는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경찰, 소방, 국과수 등 관계기관은 이날 오후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김은섭·김장선 기자 j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