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재개관 5주년을 맞은 '추억극장 미림'은 성공할 수 있을까. 1957년 동구 송현동 양키시장 근처 길가에서 천막을 치고 영화를 상영했던 '평화극장'이 '미림'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때 개봉관으로 이름을 날렸다. 멀티플렉스에 밀려 경영난에 허덕이다 2004년 폐관의 아픈 역사를 간직했다. 5년 전 10월, 실버영화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이색 영화관이라는 기대가 컸다.
젊은 날 추억을 간직했던 장·노년 세대는 동방·인영·오성·자유·현대·중앙·문화·키네마 등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천 영화관의 환생을 보는 듯 환영했다. 미림 재개관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아마도 옛 향수를 되살린 인생 회상과 적적한 시간을 달랠 여가문화에 있었을 것이다. 엊그제 일요일, 오전·오후 2회 상영에도 하루 평균 관객 숫자에 달하는 200여 명의 노년층이 다녀 갔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찾아볼 수 없고, 상(上)층을 포함 283석의 좌석은 많이 남았다.

미림은 인천 유일의 고전·실버영화관을 내세우는 공익형 사회적기업이다. 손때 묻은 옛 영사기는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매표·검표뿐 아니라 디지털 영사장비 버튼을 누르는 일은 모두 노인들이 차지했다. 현재 미림은 임대료 부담을 덜기 위해 '미생36플랜' 캠페인에 나선 상태다. '지역사회의 사랑과 관심으로 미림극장에 생명을 36개월간 공급해 살린다'는 취지의 CMS 모금활동이다.

영화관 벽면에 놓인 김승호·이예춘·장동휘·황해·김진규·허장강·최무룡·독고성·박노식·황정순·최은희·조미령·도금봉 등 수많은 한국 명배우 얼굴이 그립다. 서울 종로 낙희(樂喜)거리, 일본 도쿄 도시마구 스가모거리처럼 노인 친화환경이 주변에 조성된다면 상생의 폭도 넓힐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미림의 시설공간이 허접한 전시용품과 공간구성으로 장식되고, 보여주기식 겉치레로 활용된다면 곤란하다.
특히 기본적인 청결 상태 유지는 영화관측 몫이다. 둘러보니 입장료 2000원, 자동커피 한 잔으로 서비스를 대신하기엔 뭔가 아쉽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노인친화시설의 복병은 악취였다. 청결이 우선이다. 젊은이들이 들어서기를 기피하는 상영관 실내 통풍을 개선하고 향기를 품어야 한다. 실버시설은 그러려니 하는 안일함이 결국 스스로를 고도(孤島)로 전락시키고 만다. 노인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극장 입구부터 계단 단차도 없애는 등 세심한 설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