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습 극복하고 꿈을 이루다
▲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정권이 두 번 바뀌고서야 남과 북의 만남이 겨우 물꼬를 텄다. 표징은 문화 교류가 시발이고, 스멀스멀 눈치를 챌 수 없을 만큼 마음에 자리잡는다. 그렇게 겨레는 서로에 익숙해진다.

15년 전 단군왕릉은 그대로 서 있을까. 동명왕릉의 솔숲과 정릉왕릉 옥수수밭은 여름 장마를 잘 이겨냈을지 궁금하다. 13년 전 금강산의 포장마차는 여전히 술 기운에 젖어 있을지 떠오른다. 요즘 더욱 그렇고, 잠시 잊고 있던 '다시 한번'이라는 기대가 싹튼다.

달포 사이 북녘이 찍힌 두 편의 영상을 봤다. 추석 전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AIM HIGH IN CREATION!, 2013)를 통해 서구의 비뚤어진 대북 의식을 접했다면, 지난 5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Comrade Kim Goes Flying)는 하늘빛과 말투, 행위에서 정을 느꼈다.
'김동무는~'은 익숙하다.

'북한 영화 중 재미난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이라는 이 영화는 2012년 북한과 벨기에·영국이 합작해 찍었다. 선전을 앞세운 '안나~'와 달리 '김동무는~'은 철저히 동무의 삶에 천착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등을 통해 상영된 만큼 익숙하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가 회원의 날을 맞아 준비한 이 영화는 누구나 통일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빵공장 본부 측은 "통일부가 소장한 북한 영화를 상영 목적 등을 전달하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가까이 왔다는 반증일터. 특히 이 영화는 북한의 체제 변화 직후 창작된 작품답게 선군정치보다는 부국강병이 바탕에 깔린 듯 하다.

이 영화는 '구습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다'는 단순 명료한 이야기이다. 평안남도 탄광 노동계급인 영미(한정심 분)의 꿈은 하늘을 나는 멋진 교예(acrobatics). 그의 아버지와 평양의 일류 곡예사 장필(박충국 분)은 못마땅하며 깔본다. 영미는 탄광촌 소년이 발레리노에 도전하는 영화 '빌리엘리어트'처럼 될까. 영미는 건설 현장에서 교예의 꿈을 잃지 않았고, 작업반장 등 주변의 도움에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새를 보고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 영화의 시작과 끝에 자막으로 나온 '미래를 꿈꾸시는 분들을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마시오'라는 문구. 꿈과 어울어진 아버지, 할머니, 동료의 사랑 역시 북한의 시대 변화를 예고한다. 현란한 영상미와 갈등, 악인의 등장에 익숙한 여타 영화와 달리 '김동무는~'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1시간20여분 따뜻한 1970~1980년대 정을 느끼고, 평양의 모습을 접하고 싶다면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한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