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어느새 드론이 우리들 일상에 다가와 있다. 저녁에 TV를 보노라면 그렇다. 언제부터 인간의 시야가 이토록 확장됐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특히 여행 다큐물의 경우, 감탄이 터져 나오는 장면들은 거의 드론 덕분이다. 예전 같으면 무거운 카메라를 매고 산마루를 올라야 가능했던 장관(壯觀)들이다.
▶드론의 학술용어는 UAV(Unmanned Aerial Vehicie), 사람이 타지 않는 비행체를 뜻한다. 그러나 수컷 벌 또는 윙윙거리는 벌의 날갯짓 소리를 뜻하는 '드론(Drone)'이 가장 친숙하게 쓰인다. 2차대전 때 영국 해군은 사격 연습용 무인기를 개발, 여왕벌(Queen Bee)이라고 불렀다. 이에 자극받은 미 해군도 개발해서는 수컷 벌(드론)로 명명했다는 것이다.
▶드론의 역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로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현대 드론의 핵심인 무선 통신 조종 기술을 기준으로 하면 니콜라 테슬라다. 교류 전기를 개발한 그는 무선으로 모형 보트를 조종해 보였다. 이 후 드론은 주로 군사 목적에서 진화가 거듭됐다. 연습용 표적·정찰·감시 등의 목적이었다. 2차대전 중 미군은 전투기의 사격 연습용 드론 '라디오 플레인'의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이 생산 라인에서 일하던 마릴린 먼로가 드론을 들고 찍은 사진도 드론의 역사로 남았다.
▶드론이 민간 부문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쓰나미로 폐허가 되고 방사능에 뒤덮인 후쿠시마에서 드론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다 해낸 것이다. 비행장도 활주로도 필요없이 언제 어디서든 제 일을 수행하는 드론에 대해 산업계가 주목한 것이다.
▶이제 드론은 갈수록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1218대의 드론들이 등장했다. 과거에 신문사들은 자사 보유 헬기에서 촬영한 사진을 쓰면서 조종사 이름까지 소개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1인 인터넷 매체들도 드론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올해 지역 농업인들을 위한 드론교육 과정을 6차례나 열었다. 산불 감시, 해수욕장 인명 구조, 불법어로 단속 등 공공부문만이 아니다. 무인 택배, 빈 주차구역 안내, 재난현장의 탈출로 안내에다 드론택시까지 예고돼 있다.
▶인천의 청라로봇랜드에 드론인증센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드론 성능을 검증하거나 그에 따른 자격시험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참에 인천이 한국 대표 '드론 도시'로 성장하도록 시민참여형 드론 프로젝트라도 시작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