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기능 있으나 비활성화 … 충전소 방문도 번거로워
타지역 본사 둔 직영점 결제 불가
IC칩 단말기로만 사용 가능

 

인천시는 지난 7월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인처너카드(INCHEONer)'를 출시했다.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지역 소비를 키운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카드에 돈을 충전한 뒤, 집적회로(IC)가 내장된 카드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시는 장래에 이용 폭을 넓혀 인처너카드를 '지역경제 플랫폼'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식 출시 후 성적은 어떨까. 출시 후 지난달 25일까지 기준 카드를 발급받고 결제한 이용자 수는 총 4787명이다. 이들은 1억1481만원을 충전하고, 6930만원을 사용했다. 하루 평균 결제 규모는 121만5000원 수준이다. 앞으로 이용자 수를 늘리고 결제 규모를 키우려면, 시민들이 카드를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기자가 인처너카드를 직접 한 번 써보고 불편한 점을 정리했다.

#지난달 19일 추석 연휴 직전 앱으로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카드는 연휴가 끝나자마자 도착했다. 카드를 등록한 뒤 처음 5만원을 충전하고 준비 끝! 당장 내일부터 인처너카드만 쓰리라 다짐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버스에 올라 요금지불단말기에 카드를 댔다. '삐빅!'하는 익숙한 결제음이 들리지 않았다. 분명 교통카드 기능이 된다고 했는데, 카드를 다시 한 번 대보라는 이야기도 없다. 카드를 든 손이 민망할 때쯤 빨리 타라고 재촉하는 기사님의 눈빛이 쏟아졌다. 결국 다른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인처너카드는 ㈜코나아이라는 모바일카드 전문업체가 운영을 맡고 있다. 코나아이는 결제 시스템 전반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업체에 따르면 인처너카드는 대중교통 카드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출시된 지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인데도 교통카드 기능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교통카드 기능이 쓰이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있다. 편의점, 버스정류소 매점, 교통카드 판매 가맹점에서 따로 충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인처너카드에 충전된 돈과 교통카드에 충전된 돈이 따로 관리된다는 뜻이다. 인처너카드 충전 금액으로는 지하철·버스 요금 결제가 불가능한 구조다.

후불기능을 갖춰 이용자가 결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반 체크카드나 신용카드에 비하면 불편한 편이다. 시는 10월 중순까지 충전소를 따로 찾아가지 않도록 교통카드 충전 기능을 모바일 앱에 추가할 예정이다.

#점심시간 유명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커피를 사고 인처너카드를 내밀었지만 결제가 안됐다. 앱으로 확인하니 거래를 할 수 없는 매장이라는 알림이 뜬다. 그런데 같은 건물의 다른 유명 커피전문점에서는 결제가 가능했다. 커피전문점에 무슨 차이가 있기에 결제가 되고 안 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일상에서 간혹 결제가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인처너카드는 기본적으로 지역 내 소상공인들을 위한 결제 서비스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백화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결제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원칙은 세금을 어디에 내느냐에 있다. 결제 여부는 세무서 영업신고에 적어 낸 주소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즉 인천 주소를 신고한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는 결제가 된다. 반면 서울 등 타 지역에 본사를 둔 직영점에서는 결제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같은 매장 안에서도 결제가 되거나 안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세계 계열사 이마트24 가맹 편의점에서는 상품을 살 수 있다. 반면 택배는 보낼 수 없다. 이마트24 편의점 택배서비스는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한진택배가 맡고 있다. 이런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카드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밤 10시 택시를 타고 집 앞에서 내리기 직전 인처너카드를 내밀었다. 택시기사는 카드를 연신 단말기에 '긁었다'. 결제는 번번이 실패했다. 죄 짓는 사람마냥 안절부절 못하다, 다른 매장에서 카드를 IC칩 방향으로 단말기 슬롯에 꽂아 결제하던 모습이 간신히 떠올랐다. 괜히 뒷좌석에서 마음 졸이다 결제에 성공한 뒤 차에서 내렸다.

인처너카드는 IC칩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흔히 카드를 '긁는' 결제 방식은 지난 7월21일부터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보안상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마그네틱 카드 대신, 보안이 철저한 IC칩 카드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다만 기존 사업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법 시행을 3년간 유예했다.

때문에 두 가지 결제방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겸용 단말기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이용자들도 겸용 카드를 주로 써 왔고, 익숙하지 않아 인처너카드를 마그네틱 카드처럼 긁는 해프닝도 종종 있다.

인처너카드는 분명 '불편한' 카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드에 비해 여러 단점이 있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이용할 만한 유입요인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점은 덜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인처너카드 제휴 가맹점 수는 총 58곳에 머무르고 있다.

시는 인처너카드를 이용하면 체크카드와 동일한 소득공제 30%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3~7%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각 학교에서 학생증·법인카드 등으로 인처너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천시교육청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또 각 군·구와 협업해 각종 복지수당을 카드로 지급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인처너카드를 결제 시스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인천시민들이 모이는 지역 경제 중심의 플랫폼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개인 유·무형 자산을 나눌 수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