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사들인 업체 예인선 못 구해
선박보험사 안전 위해 조건 달아
일반 로프 아닌 '철제 로프' 주문
▲ 화재 진압 당시 오토배너호 모습. /인천일보 DB

지난 5월 대형 화재로 인천항 주변 지역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자동차 운반선 '오토배너'호(5만2422t급)가 여전히 인천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를 매수한 업체가 조건에 맞는 예인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 이후 배가 흉물스럽게 방치된 지 135일째를 맞이하는 시점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는 2일 오후 오토배너호 매수업체 A사와 함께 회의를 갖고 예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A사는 이날 회의를 통해 예인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A사는 지난달 27~28일 사이 오토배너호를 예인해 부산 감천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예인선도 이미 수배한 상태였다. 하지만 선박 보험사가 안전을 위해 일반 로프가 아닌 철제 와이어를 이용하는 예인선을 확보하라고 주문하면서, 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바뀐 일정인 오는 11~12일 사이에도 예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사는 가능하면 다음주 중으로 예인을 마치라는 요구에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업체가 자신들의 규모로는 예인선 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를 설득하거나 조건에 맞는 예인선을 수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예인이 늦어지면서 오토배너호는 지난 5월 이후 계속 방치돼 왔다. 배 규모가 매우 큰데다, 마침 인천항 전경을 막는 위치에 있어 중구청에서도 불에 탄 선체가 눈에 들어올 정도다.

한편 지난 5월21일 오전 9시39분 발생한 오토배너호 화재는 실려 있던 중고차 1460대와 선체를 모두 태운 끝에 나흘 가까이 지나 완전히 진화됐다. 당시 인천 중구 일대에 퍼진 매캐한 연기와 유독물질로 일반 시민들은 큰 피해를 호소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