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혁(왼쪽)·이지현 교수

고혈압 진단기준을 미국처럼 강화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1%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이지현 교수 연구팀은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 1만5784명을 대상으로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연구 결과,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Hg 이상으로 강화했을 때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목표 혈압까지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도 감소했다.


기존 목표 혈압인 140/90㎜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률이 59.5%였던 반면, 새로운 목표 혈압인 130/80㎜Hg에서는 이런 비율이 16.1%에 그쳤다.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미국의 기준치를 적용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130/80㎜Hg 이하로 혈압조절을 했을 때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기존처럼 140/90㎜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21%나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국내 고혈압 관리 목표치를 미국의 기준으로 강화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2017년 11월 고혈압 진단 기준을 기존 140/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강화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5월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140/90㎜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했다.


강시혁 교수는 "사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인식도를 높이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면서 "국내 고혈압 목표치를 미국처럼 강화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일찍부터 혈압에 관심을 두고 최적 수치(120/80㎜Hg)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9월호에 실렸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