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산업시설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을 받는다. 화재가 예견된 인재(人災)이지만, 각종 규제를 피해 간 산업시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8월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로 경각심은 생겼지만, 교육이나 안전 등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남동산단 화재 이후 보름여 만에 서구 석남동에서 다시 큰 불이 나서 공장·창고 건물 등을 태운 것을 봐도 그렇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소방설비, 법망을 피한 시설 탓에 피해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런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화재는 자주 일어나는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불이 나고서야 대응을 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지만, 한 발 늦은 대책으로 불어나는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

인천지역 산업시설에서만 연평균 270여 건씩 불이 난다고 한다. 인천소방본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천355건에 이른다. 연평균 271건으로 전체 화재의 15.6%를 차지한다. 주거시설(2천307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산업시설 화재는 가장 큰 특성으로 재산 피해를 들 수 있다. 같은 기간 공장에서 난 불은 1천26건이었는데 인명 피해는 33명, 재산 피해는 360억여 원이었다. 노후한 공장에다가 가연성 자재인 샌드위치 패널 투성이고 , 좁은 건축물 간격도 산업단지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세일전자 화재 이후 인천소방본부가 산업단지 특별조사를 벌인 결과 507곳 중 81.5%인 413곳이 '불량'이었다. 산업시설의 화재 위험성이 아주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업시설 화재에 대한 '경고음'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산업단지 공장마다 법규를 준수하고 안전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무시한 결과는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산업시설에 초점을 맞춘 예방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규제를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축 건축물에는 현행 규제를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기존 건축물에는 안전성능 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면, 소방청과 지자체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산업시설 화재를 막을 종합대책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