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논설위원

 

"이건 아니지 않나? 국군의 날 행사를 열병식도 없이 야간에 연예인 공연위주로 치르다니…."
진보적 성향의 L교수가 1일 한밤중에 전화를 했다. L선배는 우리 정부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평화 화해무드'와 '자주국방'은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여·야와 보수·진보 성향을 떠나, 많은 국민들은 이번 국군의 날 행사가 '북한 눈치보기'라고 비판한다. 언론도 둘로 나뉘어 비판과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여기서 다음 과제를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만을 상대로 존재하는가. 결코 아니다. 중국·러시아·일본 등은 미래 '통일한국 국군'에게 가상의 적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들 3개국은 과거에도 고려·조선을 수없이 침탈했고, 앞으로도 언제든지 적일 수도 있다. 사드보복은 미국·중국 간 군사적 패권전쟁의 일환으로, 한국에 대한 보복 성격을 띤다. 통일을 이뤄 완충지대인 북한이 없다면, 미래에 유사상황이 재현될 경우 중국은 어떤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지 모른다. 이 때문에 통일한국 시대가 오면,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을 상대로 한 자주국방 필요성은 현실적으로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전쟁의 98%는 국경을 접하는 두 국가 간 발생한다. 통일한국의 접경지역은 중국과 러시아, 해양으로는 일본이다. 이들은 조선 말에 보여주었듯, 언제든지 한국을 넘볼 제국주의적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간도를, 러시아는 조선인들이 살던 연해주를 지금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호시탐탐 노린다.
'노동자 농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한 현대 중국과 러시아는 청조와 러시아 짜르가 휘두르던, 약소국을 침략하는 야심을 버린 적이 있는가? 동유럽에선 러시아가, 티벳과 위구르 등지에서 중국은 결코 이 강도적 야심을 버린 적이 없다.

통일은 남북평화를 가져온다. 통일한국은 오히려 강대국들을 상대로 힘겨운 군비경쟁과 외교전쟁을 예고한다. 이런 측면에서라도 자주국방 역량은 지금보다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방부가 정의하듯이 국군의 날은 "한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다. 호국영령을 추념하는 의미도 깊다. 통일과 화해 무드를 고려한다면, 정부는 북한처럼 전략미사일만 내보이지 않은 열병식 등으로 국군의 날 행사를 치렀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