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44개국에 달하는 아시아 올림픽위원회 회원국을 한두 차례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대륙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큰 보람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유럽이나 미국보다도 멀게 느껴졌던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중동의 이슬람국가를 찾아 체육지도자들을 만나고 우의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기도 했다. 필자가 끈질기게 주장한 대로 주경기장 신축 대신 기존의 문학경기장을 개조해서 썼더라면 결과가 좋았을 것이란 일이 회한으로 남는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는 일부 공공건물과 시가지 모습, 그리고 몇 군데 공원들이 영국식민지 시절을 연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도 국민소득이 낮으며 섬유가공업이 주요 수출산업이어서 저임금 노동집약적 저가 의류제조업체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카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체육회 사무총장도 봉제수출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이었다. 그의 안내로 찾아본 봉제공장에는 3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작업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방글라데시를 찾은 직후 2013년 다카에서 발생한 8층짜리 의류공장의 붕괴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다카 외곽에 있는 라나플라자 공장이 붕괴되면서 1천134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글로벌 의류소매업체 H&M과 프라이마크,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 월마트 등에 납품하는 저가 의류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는데 안전검사도 제대로 안한 건물이 주저앉아 버렸다. ▶라나플라자 붕괴사고 이후 방글라데시 의류산업도 붕괴 일보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4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주춧돌이지만 해외업체들은 공장의 안전과 작업을 개선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고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정부가 산업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의류산업의 안전상태는 많이 개선되었다. ▶이 같은 국제사회와 현지 업계의 협조로 사고 당시 235억달러이던 의류수출 규모는 금년에 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방글라데시의 의류수출은 6.5%를 기록하면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이른다. 1천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공장건물 붕괴사고가 글로벌 의류업체들의 이탈로 이어지지 않고, 생산공장의 안전성 제고와 근로자들의 최소한 복지향상을 유도했다는 것은 지구촌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모처럼 듣기 좋은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