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 26.대하

 

▲ 황인기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 황인기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한해의 농사를 거둬들이고 살찐 고기들이 올라오는 추수철이 되면 온갖 먹을거리가 풍부하지만 이 시기에 딱 먹기 좋은 수산물은 '대하'이다. 대하도 제철을 맞이하여 종종 추석 명절 선물로 보내지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대하가 올라오기 시작하여 우리의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우는 90여종 이며 해산(海産)의 경우 보리새우, 중하, 대하, 젓새우, 꽃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다. 새우 중에서도 깊은 바다에 생활하고 몸집이 크며 십각목(十脚目)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대하는 현재 서해와 남해에 분포하지만 어획되는 양이 적어 자연산 대하는 고급으로 통하고 있다. 대하는 가을철이 되면 먼저 성숙한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 남서풍이 불어오는 시기가 되면 깊은 바다로 나가게 된다. 암컷은 몸에 수컷의 정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이듬해 봄이 되면 성숙하여 알을 낳으면서 스스로 수정을 시킨다. 가을은 대하가 짝짓기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살이 통통하고 맛이 제일 좋지만 성질이 급하여 어획되고 항구로 돌아오면 90%정도는 맥을 못추고 옆으로 뉘어 있다. 음식점이나 시장에서 팔딱팔딱 거리는 대하는 대부분 양식으로 보면 된다. 자연산 대하는 양식 대하보다 크고 몸집이 통통하다. 등 쪽이 밝으며 배와 꼬리 쪽으로 갈수록 초록빛이 감도는 붉은색에 반해 양식 대하는 등 부분이 검으며 몸집이 작다. 자연산 대하의 수염이 양식산보다 길다고는 하지만 어획이나 운반 과정에서 끊어지기도 한다. 이 긴 수염이 매력인 대하는 중국에서 바다의 노인(해로, 海老)으로 불렸었다고 한다.

양식산과 자연산의 구분하는 방법은 생소하지만 흔히 대하라고 속여 파는 흰다리새우와의 차이점을 한번에 보고 알아보는 구분 방법은, 눈과 뿔이라고 할 수 있다. 흰다리새우의 경우 눈이 툭 튀어 나오면서 위에서 봤을 때 좌우로 크게 벌려있고 뿔이 작은 반면 대하는 눈이 쏙 들어가 있고 위에서 보면 안쪽으로 몰리며 뿔은 아주 길다. 현재 시장은 대하 보다는 양식산 흰다리새우가 장악하고 있는데, 우리 대하의 경우에는 바이러스 질병에 취약하기에 양식을 잘 하지 않고 반대로 질병에 강한 중남미 산 흰다리새우로 양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흰다리새우와 대하 모두 맛있는 새우이지만 속이는 일도, 속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대하가 제철이 되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좋은 대하를 구별하는 방법일 것 같다. 신선한 대하는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며 손으로 만졌을 때 껍질이 단단해야 하고 꼬리와 머리가 다치지 않고 깨끗해야 한다. 만약 바로 먹지 못하거나 남은 대하를 냉동하여 보관할 때에는 내장을 빼내고 깨끗이 손질하면 한 달 정도 신선할 수 있다.

대하는 한방서(漢方書)에 뛰어난 강장식품으로 나타나 있는데, 따뜻한 성질을 지녔다는 대하는 몸이 찬 사람한테 매우 좋으며 새우류에 많은 타우린, 키토산 등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특히 타우린이 풍부해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 간 기능 저하를 막아준다. 특히 단맛이 나게 해주는 베타인과 아르기닌이 간해독과 지방축적 방지,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데 아르기닌의 경우 정자의 운동성을 증가시켜주기 때문에 임신능력도 향상시켜준다.

요즘 대하와 같은 새우를 이용한 많은 요리가 알려져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지만 대하의 감칠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소금구이가 제일 좋다. 특히 활대하의 경우 제철인 지금 잡내 없이 구워먹을 수 있으며 머리 부분은 따로 노릇노릇하게 굽거나 튀겨 속에 있는 내장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람도 선선해 계절이 바뀌면서 서해바다는 풍경이 바뀌고 있다. 올해 가을은 가족과 같이 서해바다로 떠나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눈에 담고 부지런히 제철 음식인 대하를 놓치지 않고 챙겨 입에 담고 추석 선물로 부모님 손에 담아드리는 것이 어떨까 한다.

황인기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