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탈것들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은 크고 욕구는 강하다. 오늘날 도시에서 잘 견딘다는 건 필시 속도와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하여, 저마다 빠르고 안전한 탈것을 희구하지만 쉬이 채워지진 않는다. '안전'과 '빠름'은 서로 맞설 뿐, 조화롭기는 어려운 터이다.
자전거에서 비롯된 탈것의 경험은 오토바이를 거쳐 자동차에 이르렀다. 그 새 몇 차례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자동차 속도에 기대 도시를 쏘다닌다. 20대에 면허를 따고 운전을 시작했으니 30여년 세월이다.

긴 시간 자동차 운전이 지겨워지는 걸까. 아니면 무뎌지는 감각과 무너지는 운동신경 때문일까. 혹시 주차장이 되다시피 한 도시의 도로 사정 때문 아닐까. 최근 들어 '다른 탈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기실, 탈것이야 자동차 말고도 달구지나 말, 스카이콩콩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마음 같아서야 튼실한 말 한 마리를 타고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만 공상일 뿐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건 최근 부쩍 늘어난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다. 쉽게 말해 '개인용 탈것'인데, 곳곳에서 만날 때마다 불쑥 구미가 당긴다.

개인용 탈것들이 날로 느는 건 아무래도 도시라는 제한된 공간과 속도 때문일 것이다. 걷기는 부담스럽고, 자동차는 심한 체증으로 부담스런 상황. 개인용 탈것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 대안일 수 있겠다고 본 거다. 그게 세그웨이거나 전동휠이든 그 무엇이든, 나름대로 도시인의 욕구와 생활 패턴에 최적화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기라는 값 싸고 친환경적 연료를 쓴다는 점이 그렇고, 시속 25㎞라는 안정적 속도가 그렇다. 게다가 연료비(?)도 월 3000원 안팎이라니 귀가 솔깃했다.

다만, 욕망할 뿐 결단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법 잣대로 잰다면 이 땅에서 개인용 탈것이 다닐 길은 없다. 여러 친환경 탈것이 늘어나고, 갈 곳 없는 탈것들로 문제가 속출해도 법과 제도는 꿈쩍 않는다. 도로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의 전유물일 뿐, 무공해 탈것이 끼어들 여지는 원천봉쇄돼 있다. 결국 기술 발전에 관련 제도가 못 따라오는 양상인데. 언제나 이런 만성적 고질병이 퇴치될 건지 안타깝다, 그 때가 오기 전 나만의 탈것 누리기는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