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해산물·정성스러운 차림 … 기다림도 맛있다
▲ 두부튀김

 

▲ 새우장

 

▲ 버터명란구이

 

▲ 인천서예협회 함경란 회장과 권정수 부회장이 음식점 '반반(半盤)'에서 만났다. /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 메로구이

 

▲ 인천 신포동 음식점 반반 간판


"느림의 미학 서예, 슬로우 푸드와 닮았어요"

"붓글씨는 다른 말로 서예(書藝) 또는 서도(書道)라고 하잖아요. 예의를 갖추고 도를 닦듯이 끊임없이 연마하면 깨달음의 경지를 얻게 되죠. 그런 면에서 단순한 재주와 재능, 솜씨와는 다른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인천서예협회 회장이자 서예가인 바라 함경란 작가와 부회장인 다나(茶娜) 권정수 작가가 슬로우 푸드 음식점으로 알려진 '반반(半盤)'에서 만났다.

지난 2014년에 서예협회 제4대회장에 취임한 함 회장은 3년 임기를 마친 뒤 회원들의 연임 요청을 받아들여 5년째 이끌고 있는데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회원이 150명에서 5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서예협회 회원이 되려면 인천서예대전에서 입선 이상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지요. 저 혼자 잘해서가 아니라 여기계신 권 부회장을 비롯해서 부회장단이나 이사들이 모두 열심히 해주신 덕분이라 늘 감사하고 있지요."

함 작가는 개인전은 10년에 한번씩만 갖겠다는 스스로 세운 원칙에 따라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인천문예회관에서 '향기나눔'이란 주제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40년 넘게 글씨를 쓰다보니 10년에 한번정도 제 글씨체에 변화가 생기는걸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10년동안 깊이가 더해지고 농익은 글씨체로 바뀐 모습이라든지 서예도 캘리그라프와 같이 시대에 따른 문화현상을 담아 보여주겠다는 심정으로 개인전을 열었지요."

함 작가는 시를 쓰는 것도 즐겨해서 그동안 3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 전시회에도 같은 제목의 시집을 함께 펴내고 시집안의 작품들을 다양한 글씨체로 옮기기도 했다. 평소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는 함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들을 구치소나 노인회관, 요양원 등 필요한 곳이 있으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전시를 마지막 개인전이라 생각하고 좋은 문장을 만들고 심혈을 다해 글씨를 쓰며 준비해서 그런지 전시회가 끝난 뒤 심한 후유증을 앓았어요. 몸이 힘들었던 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하면 해소가 되는데 정신적으로 고갈시킨 느낌이 드니까 아무 의욕이 없어지고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허탈감도 들고 최선을 다했는데 제대로 했나하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겪었지요."

권 부회장은 한글서예를 함 회장에게 배운 직계 제자이다. 원래 초등학교 때 서예를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게 된게 아쉬워 둘째 아이를 갖고 태교에 좋은 서예를 하기 위해 붓을 다시 잡았다.

"처음에는 한문서예를 하다 문인화를 거쳐 9년 전에 함 회장님께 한글서예를 열심히 배우니 '서예를 쓰고 차를 마시는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의 다나(茶娜)라는 아호도 주셨어요. 한문서예를 할 때는 전서를 주로 썼어요. 전서는 처음 시작할 때는 대칭을 중시여기지만 계속 쓰다보면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한문서예는 한자를 익혀야 뜻을 알 수 있지만 한글은 바로 의미전달이 되기 때문에 한글서예도 배우게 됐어요."

인천서예협회는 지난달 인천에서 한중서예교류전을 가진데 이어 오는 11월8일에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인천과 칭다오의 문화 예술의 나눔을 통해 두 도시간의 문화교류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함 회장님은 누가봐도 '바라의 글씨'라고 알 수 있듯이 한글서예의 글씨체를 정립하신 분이세요." "권 부회장은 원래 중국어를 전공해서 한중교류전 때 통역을 도맡아 하는 등 큰 역할을 했어요."

두 여성 서예가는 서로에게 덕담을 아끼지 않은 뒤 '서예 예찬'에는 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서예는 말그대로 '느림의 미학'이지요. 먹을 갈고 붓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글씨를 쓰면 정신수양이 따로 없어요. 그러고보니 이집 '반반(半盤)'은 이름도 그렇고 슬로우 푸드를 지향한다니 서예와 너무 닮은 것 같아요."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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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의 추천 메뉴는 …

명란 '술안주·밥반찬' 탁월

희귀 어종 메로, 맛·향 우수

해삼내장 고노와다 日 진미

홍국밥 성인병 예방 효과적

●버터명란구이·명란찌개·두부튀김

'반반'에는 생소한 해산물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이 많은데 버터명란구이도 그중 하나다. 이집은 명란을 직접 염장해서 보관한다. 버터로 구워 고소하면서 짭짤해서 술안주와 밥반찬으로 모두 좋다.

명란찌개는 명란젓으로 간을 내고 무를 넣어 시원하게 우려낸 국물에 두부와 쑥갓, 버섯, 홍고추, 파 등 함께 넣은 재료들이 명란의 맛을 돋보이게 한다.

두부튀김은 튀김옷에 건새우가루가 들어있어 담백하면서 감칠맛이 나고 가시오부시와 파를 송송 썰어 비주얼과 맛을 더했다.


●메로구이·새우장

메로는 남극해와 남반구 남쪽 심해에서만 사는 희귀 어종으로 맛과 향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고급 식당이나 호텔을 중심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담백하고 촉촉하면서 쫄깃한 식감으로 고급진 생선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이다.

대하로 담는 새우장은 오독오독한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집에서는 간장을 달일 때 향신채를 넣어 향기를 살렸다. 간도 너무 짜지 않아서 밥과 함께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고노와다

해삼내장을 가리키는 일본말로 해삼요리 중에서도 최고급이라 할 수 있는 부위다. 해삼은 예로부터 일본에서 왕에게 바칠정도로 귀한 해산물로 인정을 받아 특권층만 먹을 수 있었고 일반 서민들은 남은 내장을 먹게 되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바로 '고노와다'이다.

'가리스미(숭어 알)', '시오우니(성게 알)'와 함께 일본의 3대진미로 꼽힌다. 처음부터 조금씩 맛을 음미하며 먹으면 좋고 나중에 밥을 비벼먹어도 그만이다.

●홍국(紅麴) 밥
'반반'의 밥은 홍국으로 짓는데 홍국은 붉은 누룩을 발효해 만든 쌀로 중국 한나라 황제가 황실음식으로 먹었던 귀한 식재료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당뇨나 혈압 등을 개선해주며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글·사진 여승철· 이아진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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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반반 대표반반, 절반만 차린 상 의미조심스럽고 정갈하게 마련
"모든 재료 직접 구입·손질 … 되도록 천연 조미료만 쓰죠"

인천 신포동 한국근대문학관 옆에 있는 음식점 '반반(半盤)'은 이름에 이집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반반하다'란 '고르고 반듯하다', '얌전하고 예쁘장하다', '말끔하고 깔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김미경 대표가 어느 날 문득 생각났다는 '반반(半盤)'은 '절반만 담은 그릇', '절반만 차린 상'이란 의미로 넘치거나 과하지 않게 조심스럽고 정갈하게 마련한 음식이란 뜻이다.

'반반(半盤)' 김 대표는 인천 토박이로 초중고를 인천에서 나오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상편집 일을 거쳐 음식점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서 음식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음식점 입지나 메뉴 선정, 영업 전략 등 카운슬링을 위해 음식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공부도 하게됐지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거의 안했기 때문에 음식점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난데 없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김 대표는 원래 음식을 특별히 배우지도 않았고 타고난 음식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 좋은 레시피나 오래된 음식점의 독특한 비법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정직하게 준비하고 정성껏 조리해서 손님상에 올리겠다는 마음은 2013년 11월 개업이래 5년이 돼가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일부러 '슬로우 푸드'를 추구하거나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인스턴트 식품이나 가공 식품을 쓰지 않고, 모든 재료는 직접 구입해서 직접 손질하고 직접 조리하겠다는 원칙은 지키려고 해요.

또 자극적이거나 강한 맛을 내는 인공조미료는 쓰지 않고 천일염이나 청주, 마늘 등 되도록 천연조미료를 쓰려다보니 손님들이 그런 인식을 갖게 됐나봐요. 그래서 자주오는 손님들은 늦게 나오는거 알고 있으니까 천천히 준비하라고 하세요."

'반반'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층은 긴 테이블이 'ㄱ'자 형태로 있어 혼밥족, 혼술족이 혼자 앉아서 밥이나 술을 먹어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친구, 연인 또는 단체 손님들은 2층에서 4인석이나 8인석 테이블을 이용하면 된다.

해삼은 통영, 매생이는 완도 등 어장에서 직접 잡아올리거나 양식해서 직판하는 곳에서 공수받은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메뉴가 대부분이지만 스지무침이나 스지탕과 소불고기, 육전도 있다.

소주와 맥주, 막걸리 외에 이강주, 문배주, 안동소주, 한산소곡주, 진도홍주 등 다양한 전통주와 블랑, 구스아일랜드 등 수입생맥주를 맛볼수 있다. 배는 고픈데 집에서 해먹기는 싫은 퇴근길이나 주말, '반반'에서 몸과 마음의 '반'을 맡기고 싱싱한 재료로 정성껏 조리한 음식으로 한끼를 채우면 좋은 책을 읽은 뒤 마음이 풍요로워지듯 좋은 밥으로 든든해진 몸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여승철·이아진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