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시장 추대에 "이사회 의결절차 무시" 소송전 예고

정치적 해결은 없었다.
인천시체육회 종목단체 회장들은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를 열어 박남춘 인천시장을 시체육회 회장으로 추대했고, 강인덕 체육회장 권한대행은 이를 '규정 위반'이라며 무효소송을 내기로 했다.
우려대로 이번 상황이 소송전으로 확산하면서 인천의 체육행정은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이 커졌다.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관련기사 17면

▲박남춘 시장 체육회장 선출

인천시체육회 종목단체 회원들은 1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회의장에서 '인천시체육회 2018년 임시 총회'를 소집, 박남춘 인천시장을 인천시체육회 신임 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김종성 인천검도회장이 임시 의장을 맡았다.

이날 총회에는 재적대의원 66명 중 43명이 출석해 모두 찬성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강인덕 체육회장 직무대행이 수차례에 걸친 총회 소집 요구를 계속 반려하는 등 실질적인 정상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총회를 성사시켰다.

이와 관련 박남춘 인천시장은 김은경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체육회장 추대를 공식화하는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박 시장의 뜻"이라며 "현재 공석인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을 박남춘 시장이 임명하지 않겠다. 대의원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사무처장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체육회가 더이상 정치적으로 이용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 시장 자신이 체육회장이 됐음을 공식 선언함과 동시에, 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를 놓고 내부에서 은밀하지만 치열하게 전개되는 자리싸움을 경계하면서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인물을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규정위반, 법적책임 물을 것"

하지만 강인덕 체육회장 직무대행은 예고했던대로 대의원 총회 소집 및 진행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총회 안건 회부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가 무시됐다'는 것이다.

강 대행은 임시 총회 개최 하루 전인 12일 대의원 전원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문서에는 '임시대의원 총회 개최 중지'를 요청함과 동시에 '총회를 강행할 경우 손해배상 및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 대행은 "소집권자인 자신이 대의원의 총회 소집 요구를 고의로 외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안건을 가지고 한 총회 소집과 의결은 모두 규정위반이고, 무효다.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끝났다고 볼 수 없어, 불안해"

사태가 더욱 꼬이면서 곧 전국체전을 앞둔 지도자와 선수 등 체육인 다수는 현 상황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불안한 마음을 호소하고 있다.
대회를 나가면 타 시도 지도자들과 만나는 데 인천 상황이 항상 거론된다는 것.

한 지도자는 "다들 걱정해주는 입장이지만, 자꾸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앞으로 우리 인천의 체육인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자는 "이번 사태가 평화롭게 잘 마무리되기를 바랐는 데, 결국 소송까지 가는 상황이 됐다. 한숨만 나온다. 하루빨리 체육계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책임있는 분들이 노력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