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협 "市長 추대" 결정에 권한대행과 법적 다툼 우려되자
박남춘-강인덕 직접 만나 협상필요 등 … 정치적해결 목소리






인천시체육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 및 강인덕 체육회장 권한대행의 월권 논란 등으로 내홍에 휩싸여 있는 체육계(인천일보 9월6일자 1면 보도) 내에서 이번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상당수 인천시체육회 종목단체 회장들이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를 열어 박남춘 인천시장을 시체육회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하자, 강 권한대행이 이를 '규정 위반'이라고 반박하면서 현재의 갈등이 장기적인 법적 다툼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소송전으로 확산하면 이번 사태의 해결은 한없이 늦어지고, 전국체전 준비 등 인천의 체육행정 또한 지속적인 파행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어 지도자와 선수 등 체육인 다수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정치적 해결을 바라는 간절함의 배경이다.


▲ "13일 박남춘 추대" vs "규정 위반, 소송"

'인천광역시 체육회 대의원 비상대책 협의회'는 오는 13일 오전 11시 인천문화예술회관 회의장에서 인천시체육회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박남춘 인천시장을 시체육회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이들은 6·13 지방선거 이후 패배한 유정복 전 시장(전 시체육회 회장)과 함께 물러날 줄 알았던 강인덕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대한체육회의 유권해석을 통해 체육회장 권한대행 업무를 지속하는 것에 반발, 박남춘 시장의 체육회장 추대를 위한 대의원총회 소집을 수차례 요구했다 모두 반려당했다.

이들은 처음 2번까지는 관련 서류에 문제가 있어 반려됐음을 인정한 뒤 이후엔 변호사 자문을 받아 다시 서류를 작성, 대의원 총회를 열어달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강 대행이 이를 계속 거부하자 결국 스스로 총회를 열어 박 시장을 체육회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비상대책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종성 인천시검도회장은 "강 대행은 이사 보선을 위한 임시 이사회가 성원 부족으로 무산되자, 서면결의로 이를 진행하려다 대한체육회로부터 임원 인준을 거부당했다. 아울러 최근 시체육회 노조의 질의를 받은 대한체육회와 우리 협의회의 진정을 접수한 인천시의회는 이같은 강 직무대행의 행태에 대해 부적절하다거나 규약 위반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대행은 "협의회의 총회 개최는 규정 위반으로 강행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대행은 "그동안 시체육회장 대행 인준부터 총회 소집 요구서를 반려, 이사회 최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임원 보선 추진 등은 모두 규정을 따른 것이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규정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면 결의 보선 이사의 임원 인준 거부 등 최근 유권해석에 대해선 내가 다시 법률 자문을 받아 대한체육회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사회에서 회장 선출 관련 안건을 확정, 대의회 총회에 넘길 예정이다. 이렇게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고 있는 데 일부 대의원들이 마음대로 총회를 여는 것은 명백히 규정 위반이다. 강행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공멸의 치킨게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자 "법적 다툼까지 가면 체육계는 공멸할 수 있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체육계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현 상황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많은 경기종목단체 회장 및 체육회 직원, 지도자 등 다수의 체육인들은 "더 이상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박남춘 시장 또는 허종식 정무경제부시장 등이 강인덕 대행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 대행도 "현 상황에서 일부 시의원이 나를 압박하려고 볼썽사나운 시도를 한다. 시 공무원들 역시 대한체육회에 전화하는 등 이번 일에 개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날 더 자극할 뿐이다.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듭 밝히지만 난 박 시장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대한체육회로부터 2020년 2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고, 권한대행 인준도 받았다. 그리고 규정에 따라 체육회 업무를 수행 중이다. 박 시장쪽과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실제, 체육계에는 지금과 다소 상황은 다르지만 갈등의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 솔직한 대화를 함으로써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6월28일 치러진 통합 인천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무효'라는 판결을 이끌어내며 인천 축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변종문 인천시체육회 이사는 당시 소송 상대였던 정태준 인천시축구협회장과 두차례 독대하며 대화를 나눈 뒤 아름다운 결단을 내렸다.

그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법적 다툼이 길어질수록 인천 축구계와 축구인들만 피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상대와 솔직한 대화를 했고, 쉽지 않았지만 결국 다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며 양보를 선택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당연히 사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둘은 소송까지 갔을만큼 오랫동안 극렬하게 대립했지만 '인천 축구계의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서로 만나 솔직한 대화를 통해 고백할 것은 고백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한 뒤 서로 깨끗하게 상대를 이해하고 문제를 스스로 풀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양쪽이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아직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정치적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이 강 부회장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뒤 명분을 찾아 퇴로를 열어주는 등 그가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꼬일대로 꼬인 현 상황이 풀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