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미묘한 차이 … 청소년을 이야기하다
▲ 이시원·최원종 연출의 '외톨이들' 연습 장면. /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 이래은 연출의 '날개,돋다' 연습 장면.


13~15일 문예회관 소공연장서 '날개, 돋다' ·'외톨이들' 무대
20~22일 야외광장 퍼포먼스극 '광장줍이'·'마사지사' 2편 공연



꿈과 희망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무대가 펼쳐진다. 인천시립극단에서 마련하는 이번 무대는 인천문화예술회관 공연장 안에서 열리는 '청소년 극'과 야외광장에서 펼쳐지는 '극장 밖'을 키워드로 꾸며진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삶을 녹여낸 실내극 2편과 퍼포먼스극 2편이 준비돼 있다. 일반적인 연극이 담아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묘한 차이를 포착해 무대 위로 올린 이번 공연은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청소년극
청소년들을 위한 막이 오른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이번 연극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진행된다. 관람료는 1만원이다.

1."난 내가 뭔지 모르겠어!"
이래은 연출 '날개, 돋다'의 주인공 연이의 대사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청소년기라면 어떨까.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아닌, 스스로 나 자신을 정립해 가며 성장통을 겪는 우리.
너는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 저런 사람이 돼야 한다는 어른들의 기대와 시선들을 감당하기가 버겁기만 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자신의 본 모습과 상관없이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수많은 10대들을 대변하는 주인공 연이는 어느 날 남들과 다르게 등에서 날개가 솟아난다. 자신을 알아가려고 애쓰는 주인공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연극은 세상과 어른의 기준이 아닌 오롯이 자신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이 삶에 주어진다면 그것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청소년의 언어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나이키 운동화', '머그컵', '돌멩이'로 청소년들이 변한다. 무심코 던진 외침 한마디로 사물로 변해버린 청소년들, 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각기 다른 사물로 변해버린 것일까.
이시원·최원종 연출의 '외톨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잘 견디고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이 시대 청소년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의 무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십대들은 힘들다. 사회에서는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들로 취급받으며 삶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불안한 존재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10대 청소년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규정지으며 더 불완전한 존재로 치부해버린다.
철없는 부모 때문에 일찍 철이 든 아이부터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이혼 때문에 혼란스럽기만 한 아이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사회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이들이 사물로 변한 것은 단잠 같은 휴식을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청소년'이라는 타이틀을 잠시 내려두겠다는 파업을 선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의 아우성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며, 만약 내가 사물로 변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볼 수 있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


#극장 밖에서 펼쳐지는 연극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연극이 열린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밖에서 열리는 이번 연극은 거리 위에서 펼쳐진다. 누구든 배우가 될 수 있는 이번 연극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야외광장에서 열린다.

1. "광장을 지나는 당신의 흔적을 수집합니다"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것들을 떠올려보면서 기억이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삶을 구성하는 조건이라는 것을 성찰하게 해주는 무대가 펼쳐진다.
김지현·홍은지 연출의 '광장줍이'는 인천문화예술회관의 광장을 무대로 한다. 큰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사람들 사이를 표류하듯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 우리는 이 상상의 존재를 '광장줍이'라 이름 짓고, 그의 일과를 들여 다 본다.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무대가 된다. 한 번도 광장은 나가본 적이 없는 '광장줍이'는 종일 이곳에서만 생활을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그는 광장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흔적을 수집한다.
공연을 맡은 '얼라이브아츠코모'는 순간 채집자, 시간 수집가를 의미하며, 다양한 영역의 작업자들이 교류와 협업을 통해 경계를 확장해나가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극장 밖의 흥미로운 장소에서 사운드, 미디어, 퍼포머, 공간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의미망을 발견해낸다. 특히 의미 있는 순간들을 공간적 이미지로 전환하는데 있어 빛과 소리의 역할과 동시에 집중하며, 공간적 이미지를 획득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실험극을 펼칠지 기대된다.

2. "종이처럼 부서지기 쉬운 당신을 안아드립니다"
길을 걷던 당신을 치유한다. 공연예술의 일반적인 상식을 파괴한 체험형 공연인 이철성 연출의 '마사지사'는 청소년들의 아픔을 토닥여준다.
종이를 이용한 마사지를 통해 우리의 신체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낸다.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온 종인 인간들은 한없이 연약하다.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형상화한 종이 인간을 안아주며 자기 자신의 상처를 보다듬어주는 시간이 마련된다. 대화를 통해서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낸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스페인, 러시아, 영국, 폴란드 등을 투어하며 많은 이들을 치유했던 마사지사가 올해 인천에서 펼쳐진다.
공연을 맡은 '비주얼씨어터 꽃'은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이 통합된 시각 연극을 추구하는 공연단체다. 2000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The School of Visual Theater'에 재학 중이던 이철성과 김진영에 의해 창단돼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각 예술적 재료와 연극적 재료 그리고 음악적 재료를 통합해 삶의 깊이를 탐구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일상을 예술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 강량원 예술감독
▲ 강량원 예술감독

 

[강량원 예술감독] "실험적 연출,""어른들에게도 "새로운 자극"
올해 '청소년극+극장 밖 연극 페스티벌'은 강량원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총지휘를 맡았다.
강 감독은 실험적인 연출로 늘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연세대 신학과를 나와 모스크바 쉬킨 연극대학교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했다.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9 동아연극상 새개념 연극상, 2009·2013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하는 '연극 베스트 3' 등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12월부터 인천시립극단 7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을 구성한다. 그의 실험적인 연출이 '청소년'이라는 키워드와 만났을 때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청소년들이 미성숙한 존재이긴 하지만, 하나의 주체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그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연극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
이번 청소년극은 지난해와 달리 '극장 밖 연극'이 함께 진행된다. 전문가들이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꾸민 이번 무대는 문화적으로 가장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청소년극이라는 장르가 생긴지 얼마 안됐다. 그래서 실험적인 것들을 많이 해볼 수 있다. 특히 성인극에서 다룰 수 없는 감각과 주제들을 도입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청소년에서 나아가 그들을 보살피고 이해해줘야 될 어른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뜻깊은 시간을 마련한다.
"청소년 시기에 겪는 그들만의 아픔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어른들이 토닥여 줄 필요가 있다. 청소년극이라고 해서 관람객이 청소년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4개의 작품들에는 각기 다른 매력들이 있다. 특히 '날개, 돋다'의 경우에는 무대를 객석까지 확장시켜서 관람객들이 조금 더 무대 가까이서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다. 몸짓, 소리 등 모든 것이 관객들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외에 다른 작품들도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