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유산, 템스강변에 신선한 에너지 불어넣다

 

▲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있던 화력발전소를 문화재생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관이다. 검은 연기를 내뿜던 산업시대의 유산인 굴뚝은 미술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산업시설을 문화재생한 미술관이 낙후지역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 옛날 화력발전소의 터빈기계실이었던 특별 전시공간 터빈홀 전경.


20년간 버려진 발전소 건물'공공디자인 프로젝트' 추진
원형살려 '미술관'으로 단장 '낙후지 일자리·수익 창출'


오늘날 영국 런던은 역사와 전통, 금융, 예술, 문화, 교육의 아이콘으로 다시금 현대판 '해가 지지않는 도시'를 꿈꾸고 있다. 런던의 도시재생은 주로 템스강 남북 강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템스강변 남쪽에 있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화력발전소를 문화발전소로 탈바꿈 시킨 곳이다. 검은 연기를 내뿜던 화력발전소는 문화와 예술을 내뿜는 장소로 문화재생에 성공한 것이다. 노후 산업시설을 활용한 문화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찾아가 본다.


#낙후 지역 화력발전소가 관광 명소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관이다. 영국 런던 템스(Thames)강 남부에 있다. 현대미술의 대중적 접근을 시도하며 국제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며 산업화를 이끌다가 1981년 문을 닫은 이후 20년 동안 버려진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를 문화발전소로 문화재생한 곳이다.
1995년 영국 정부는 낙후지역을 발전시키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한 공공디자인 계획인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템스강 북쪽에 있는 세인트폴성당에서 강을 가로지르는 밀레니엄 브리지를 놓는다. 이 때 남쪽 끝에 흉물로 전락한 발전소를 주목한 것이다.
국제 현상공모에서 모든 건축가가 발전소를 헐어버리고 새 건물을 짓자고 제안했으나, 단 한 작품만 리모델링을 제안했다. 결국 영국의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를 디자인한 가일스 길버트 스코트 경이 설계한 발전소 건물의 원형을 유지한 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당선작의 핵심 개념은 개방성, 융통성, 실용성이었다.
8년 공사 끝에 2000년 5월12일 개관한 테이트 모던은 외관의 80% 이상을 원형 보존하고 내부는 미술관의 기능에 맞춰 새롭게 단장했다. 다만 외부는 지붕 위 두 개층으로 된 유리박스 형태의 라이트빔 만을 증축하고, 내부는 터빈 등 기계들을 철거하고 미술관 용도와 기능에 맞게 전면 변형시켰다. 직육면체 박스형의 7층으로 변신한 테이트 모던을 수직으로 양분하는 산업시대의 유산인 높이 99m의 거대한 굴뚝은 미술관의 랜드마크이며, 런던의 상징이 됐다. 또 이곳이 옛날에 발전소였다는 누적된 시간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
이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지난해 관람객 560만명이 찾은 영국 런던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미술품 감상뿐만 아니라 만남과 사교, 휴식이 이뤄지는 소통의 장소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과 관광 수입을 올리고, 템스강 남쪽 낙후 지역을 살리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 현대미술 흐름 한눈에 파악
7층으로 이뤄진 테이트 모던은 190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현대미술과 실험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국제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LEVEL 0이라는 지하 1층에는 터빈홀이, LEVEL 1에는 티켓 판매소와 안내 데스크가 있고, 2층과 3층, 4층이 전시공간이다. 5층은 멤버십 룸이, 6층에는 레스토랑과 바가 자리하고 있다.
LEVEL 0으로 표기된 본관 출입구가 있는 터빈홀은 특별전시공간으로 큰 작품을 전시하거나 영화상영, 퍼포먼스 등이 이뤄진다. 화력발전소의 터빈이 있던 장소이기에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실내 높이 35m, 길이 155m에 바닥면적 3400㎡의 운동장 같은 거대한 공간이다.
2층에 상설전시관, 3층 특별 기획전시관, 4층 상설전시관으로 이뤄졌다. 사진과 영화, 설치미술품 등 다양한 현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2층과 4층 상설전시관에는 앤디 워홀과 앙리 마티스, 마르셀 뒤샹 등 세계적인 거장과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보통 상설 전시가 시대별로 작품을 모아놓는 것과 다르게 풍경(물질, 환경), 정물(사물), 역사(기억과 사회), 누드(행위, 신체) 등 4가지 주제별로 구성해 놓았다.
3층 특별전시관은 보통 3~4개월 동안 특별기획전시가 열리며 유료 입장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피카소 기획전(PICASSO 1932)이 열리고 있었다. 4층 인터렉티브 존에서는 시청각 자료를 통해 20세기 예술과 예술가의 정보를 알려주며, 퀴즈와 게임으로 작품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테이트 모던 직원 제이슨은 "테이트 모던이 연간 560만명이 방문, 대영박물관(590만명) 다음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면서 "영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찾는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 템스강변
영국 런던은 2000년 역사의 산물이다. 최첨단 도시와 중세도시, 디자인 도시가 서로 동시대처럼 넘나들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속히 성장한 런던은 2차 대전 이후 경제구조 재편에 따른 쇠퇴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도시의 성장과 쇠퇴가 필연적 과정이라면, 도시재생은 쇠퇴해 가는 도시의 물리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환경적 차원에 관여해 도시 쇠퇴를 치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영국 런던도 이 같은 도시재생의 과정을 거친다. 1980년대까지는 주로 물리적 환경을 개선했다면, 1990년대 이후는 기존 시가지를 종합적인 재생프로그램을 통해 부흥시키려는 통합적 접근방식으로 변화했다. 경제개발촉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로, 쇠퇴지역에 대한 문제해결식 대응에서 광역적 접근으로, 중앙정부 위주에서 지방정부와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런던의 도시재생은 주로 템스강 남북 강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템스강 남동쪽, 런던 32개 자치구 중 가장 가난한 자치구인 사우스 워크(South wark) 지역은 강둑을 따라 사우스 뱅크(South Bank)로 이어지며, 예로부터 산업지대였다. 슬럼화 된 공장들이 즐비하고 시끄러운 철도가 관통하고, 노동인구가 주로 거주하는 런던의 쇠퇴지역이었다. 그런데 영국정부와 테이트 재단이 넓은 건물면적과 가까운 지하철역 등 발전 잠재력을 보고 화력 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재생시킨 것이다.
템스강 유역은 과거 전 세계 식민지들과 교역하던 운송통로이자 런던시민의 쉼터인 공원이고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같은 인지도에 힘입어 세계 최대 규모(높이 135m) 런던아이(London Eye), 밀레니엄 돔, 밀레니엄 브리지, 세인트폴성당, 테이트 모던 미술관, 빅밴, 국회의사당, 웸블리스타디움 등 독특한 구조물이자 건축물을 세우고 정비했다. 이를 통해 주변 지역의 개발을 유도하는 등 여전히 런던 도시재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템스강변을 걷다보면 거리 예술가들을 만난다. 롤링스톤즈, 비틀즈 등 런던 출신의 유명 뮤지션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까지는 거리에서 술집과 클럽에서 공연을 펼쳤다. 클래식, 팝, 록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꽃피웠기에 런던은 음악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가는 테이트 모던은 템스강변의 도시재생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세인트폴성당에 밀레니엄 브리지로 이어지면서 템스강 남북을 연결시키는 강한 도시축으로 기틀을 잡았다. 이것이 '아이콘 런던'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입지적 장점과 장소성을 재해석, 세인트폴성당~밀레니엄 브리지~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남북을 하나로 묶어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템스강의 분위기를 바꾸고, 낙후지역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영국 런던=글·사진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