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살랑 … '근대 저잣거리' 밤마실 가자
▲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이 오는 8일과 9일 중구청 일원에서 진행된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개항장 밤마실 모습. /사진제공=인천관광공사

 

▲ 청소년문화해설사 김민지 학생


중구 개항장 일대 근대건축물에 불빛 더해져 … 오후 6~11시 낭만 가득
통계기록국·영화학당 세트장 마련 … 도나스·쫄면 등 '추억의 먹거리'도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역사도보투어 '청소년해설사 눈길'



그칠 줄 모르던 무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근대의 향기가 그윽한 인천 중구에서 문화재를 활용한 특색 있는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오는 8일과 9일 중구청 일원에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이 진행된다. 어둠이 내려앉은 가을밤,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우리 민족의 아픈 근대 역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살아 숨 쉬는 근대의 역사와 만나다
1883년 근대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중구. 개항기를 거치며 만들어진 근대적인 거리들과 차이나타운은 지금까지도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인천의 오래된 명물인 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이 된 그다음 해 청나라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로 지정되면서 상점들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중구청으로 사용 중인 건물은 1883년 일본 영사관으로 이용됐다. 제물포구락부는 1891년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이었으며, 팟알은 개항기~일제강점기 인천항에서 조운업을 하던 하역회사 사무소 건물이었다. 이외에도 인천아트플랫폼은 일본우선주식회사로, 인천개항박물관은 인천의 일본 제1은행지점으로 사용됐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들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지금의 인천 중구에 그대로 남아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일본식 목조건물들로 꾸며진 카페거리도 '근대'라는 시간이 갖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천관광공사는 오는 8일과 9일 중구의 역사적 아우라에 '빛'을 더한다. 땅거미가 질 무렵인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근대 건축물에 조명을 비춰 볼거리를 만든다. 근대역사의 숨결이 담겨있는 대불호텔, 영화학당 등의 공간들을 근대의 모습으로 복원시킨다.
거리 곳곳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메인 무대인 아트플랫폼 사거리에서는 인천중구여성합창단과 가수 펀치, 김원준 등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한다.
특히 청·일 조계지와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등 개항장 곳곳을 문화해설사와 함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도보 탐방과 개항장 문화지구를 순회하는 스탬프 투어 등도 마련된다.

▲근대의 모습을 찾아보자!
-대불호텔 가비체험
1884년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호텔인 대불호텔은 인천항의 대표적인 숙박기관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를 팔아 큰 호응을 얻었다. 2018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대불호텔에서 '고종의 커피'라는 타이틀로 1884년으로 돌아가 우리의 선조들이 만났던 '가비'에 대해 알아본다. 장소: 대불호텔.
-통계 기록국
우리가 몰랐던 개항 시대의 통계 시스템을 알아보자. 경인지방통계청 인천사무소는 개항 시대 통계기록국의 모습을 담은 세트장에서 통계역사 체험사진관과 통계룰렛 코너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장소: 일본 제58은행 앞.
-영화학당
한국 초등 사학의 뿌리인 영화학당은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으로 1892년에 설립됐다. 영화학당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개항 시대의 이야기와 영화학당 교장을 역임했던 송암 박두성 선생의 업적을 조명해 본다. 또 하나의 한글 '훈맹정음' 반포와 체험을 해보는 공간도 마련돼 눈길을 끈다. 훈맹정음은 점자를 이용한 표기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글이다. 장소: 인천개항박물관 맞은편.

▲빠질 수 없는 재미, 인천을 맛보다!
-인천도나스
1960~70년대 인천의 명물이었던 추억의 '도나스'가 배고픈 우리의 허기를 채워준다. 그 시절 청춘 남녀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였던 이곳에서 흰 설탕 솔솔 뿌려먹던 그 시대의 추억을 되살린다. LP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추억의 컨트리송을 들으며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장소: 인천개항박물관 맞은편.
-백항아리집
인천의 유명 예술가들이 꼭 한 번씩 들렸던 '백항아리집'. 삶을 위로하고 하루의 고단함을 풀었던 낭만 술집에서 1960년대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당시 예술가들처럼 서서 먹는 막걸리 체험과, 느린 엽서 쓰기 체험이 준비돼 있다. 장소: 인천개항박물관 맞은편.
-광신제면
인천에서 태어난 '쫄면'의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972년쯤 주문이 밀려서 면발 뽑는 사출기를 잘 못 끼우는 바람에 냉면 면발이 굵게 나오면서 만들어졌다는 쫄면 이야기. 현장에서 탱탱한 면발이 뽑아져 나오는 과정을 보며, 맛볼 수 있다. 장소: 중구청 앞 저잣거리 입구.
이외에도 중구청 앞 '저잣거리'에서는 인천 냉면 등 신포시장 대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 추억의 뽑기 게임으로 할인권, 시식권 등을 추첨하는 이벤트가 펼쳐진다.

▲해설과 함께하는 근대문화
'개항장 문화재 야행'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역사도보투어 프로그램은 6가지 테마로 진행된다.
테마는 '김구와 인천'이라는 주제로 한국 테마인 A코스(경찰서장 관사~크라운 볼링장), 화교의 정착과 인천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중국 테마인 B코스(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해안성당), 개항장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시기를 주제로 한 일본 테마인 C코스(팟알~근대건축전시관), 근대문화 전파를 주제로 한 각국 테마인 D코스(제물포구락부~팟알), 경제를 주제로 한 E코스(영화공작소~인천아트플랫폼), 끝으로 종교테마 F코스(100주년 기념탑~우선주식회사)가 있다.
이 코스는 약 1시간 동안 도보를 이용해 근현대 건축물들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으로 중구코디네이터들의 스토리텔링 해설이 함께 진행된다. 또 이번에는 청소년들이 문화해설사로 직접 나서 눈길을 끈다.
㈔해반문화는 7월부터 1달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화유산 해설사 양성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에 이어 현장 해설 시연을 통과한 지역 초·고교 학생 19명이 인천 개항장 야행 해설사로 나선다. 청소년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역사 속 숨은 에피소드를 들어보자.
문화투어는 8일과 9일에 각각 2번씩 진행되며, 1회차는 오후 6시, 2회차는 오후 8시에 시작된다. 출발장소는 중구청 인력거동상 옆 도보체험프로그램 접수처다. 문화투어 신청은 문화재 야행 홈페이지(http://www.culturenight.co.kr/c03/c03_02.php)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청소년문화해설사 김민지 학생 "인천 역사 더 알고 싶어서 활동 시작"

"수업시간에 들었던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나라나 민족에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마음을 울렸어요."
올해 개항장 문화재 야행에 청소년문화해설사로 나선 인천여상 김민지(18) 학생은 인천 지역 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려면 배워야 될 것도 많고 외워야 될 것도 많아서 너무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괜히 이 활동을 했나 후회도 됐어요. 특히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지만, 중구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이 옆에서 격려와 함께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근대의 역사가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이기는 하지만, 남아 있는 근대 문화재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는 김민지 학생은 '종교테마' 문화해설사로 시민들 앞에 선다.
'종교테마'는 올해 신설된 코스로, 40분가량 도보답사가 진행된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