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롭다고요? 이래 봬도 파이브잡스입니다
▲ 16년간 근무한 중견기업의 인사총무부장이면서 트로트 가수 겸 사회자(MC, Master of Ceremonies), 작곡가, 농부, 강연자까지 5개의 직업을 가진 이제윤씨.

 

▲ 이제윤씨는 그가 이룬 모든 꿈들이 자신의 노력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기회가 생기면 나눔의 기쁨을 실천하기 위해 MC와 가수 활동 대부분을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다.


노래 부르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에 포기
영화 '수상한 그녀' 보고 도전하게 돼
지금은 작사·작곡가 타이틀까지

지인들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생각해
특유 목소리·성격 살려 MC로 활동하며
위문공연 등 지역행사 참여 재능기부

"꿈은 미래 설계하고 기대하는 활력소
젊은이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서로 다른 뜻이 있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과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두 가지 뜻을 종합하면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으나, 그 꿈을 실현하기란 어렵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꿈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찾아가는 나이인 마흔 중반에도 어릴 적부터 원했던 꿈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이룬 꿈의 결실을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이 있다.

16년간 근무한 중견기업의 인사총무부장이면서 트로트 가수 겸 사회자(MC, Master of Ceremonies), 작곡가, 농부, 강연자까지 파이브 잡스를 가진 이제윤(44)씨다.

"꿈은 미래를 설계하고, 기대하는 활력소다. 때문에 내 힘의 원동력은 꿈꾸고 도전하는 것이다. 요즘 5포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이제윤씨를 만나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들려주는 삶의 열정과 나눔이 녹아있는 꿈에 대해 들어봤다.


▲600만원의 기적 … 내 집 마련의 꿈

군 제대 후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큰 형님 댁에 얹혀사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그는 큰 형님에게 하꼬방(좁은 단칸방)을 얻기 위한 전세금 600만원을 빌려 줄 것을 부탁했다.

"600만원은 내 인생의 종자돈인 셈이었죠. 600만원의 기적, 뜻을 세우고 꿈을 만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자취를 시작한 이씨는 용돈 독립도 선언했다. 낮에는 대학을 다니고 새벽에는 신문배달을 했다. 힘들었지만 악착같이 2년을 버텼다.

학교 졸업 후 취업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놀고 있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고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안정적이면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았다.

"그곳이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직장인 금강공업이었어요. 대학 전공을 살려 회계팀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저의 외향적 성격에 맞는 인사총무팀으로 옮겨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그는 월급 대부분을 저축하고, 미래를 위해 '아나바다'를 실천했다 "아내와 결혼하고서도 전세대란 등을 겪으면서 집 없는 설움을 제대로 느꼈죠. 그래도 아파트 분양 받고, 꿈꾸던 제 이름 석자로 된 아파트(동편마을)에 당첨됐어요."


▲트로트 가수·MC·작곡자·농부로

이제윤씨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가 노래였다. 초등학생 때 민요를 곧잘 불렀고, 고등학생 때는 합창단 생활도 했다. 대학시절엔 그룹사운드를 결성하려 했지만 경제적 난관에 포기해야만 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교회 성가대 활동, 지인들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각종 행사에 초청돼 노래를 했지만, 실제 가수가 되는 일은 막연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내용의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게 됐죠.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잖아요. '나이가 더 들면 가수를 하고 싶어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이라도 도전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비용마련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다행히 아내가 응원해줬다.

지인이 소개해 준 작곡팀으로부터 데모곡을 받고 녹음을 마친 2014년 5월14일, 그는 불혹(不惑 )의 나이에 '상남자야'라는 첫 디지털 싱글앨범을 발매하며 트로트 가수의 꿈을 이뤘다.

이듬해에는 틈틈이 직접 작사·작곡한 '한눈에 뿅', '도돌이표 사랑' 2곡 등 모두 4곡을 추가해 미니앨범을, 2016년에는 '슈퍼파워'라는 싱글 앨범을 추가로 발매했다.

뿐만 아니라 특유의 목소리와 성격 덕분에 행사나 강연회 등의 MC로 활동하고 있다.

"야유회나 워크숍, 송년회 등 회사 행사에서도 진행을 맡기도 해요. 필요할 때는 노래까지 부르죠. 단, (가수나 MC를)직장 생활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하고 있어요."

그는 작곡은 미니앨범을 준비하면서 쓴 2곡을 저작권협회에 정식 등록함으로써 적은 액수지만 저작권료를 받고 있으며, 어릴 적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던 경험을 살려 지인이 공짜로 빌려준 과천의 400평 땅에 농사를 짓는 농부로 변신하기도 한다.


▲꿈을 통해 얻은 결실을 나누다

이제윤씨는 그가 이룬 모든 꿈들이 자신의 노력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나눔의 기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MC와 가수 활동 대부분을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다.

2014년 한국 생명의 전화에서 주최하는 '생명사랑 밤길 걷기' 행사에 재능기부로 가수 및 MC를 맡은 것이 인연이 돼 매년 참여하고 있고, 2016년 한 단체와 연결돼 초대가수로 안양교도소을 찾아 수감자들을 위한 위문 공연도 가졌다.

2016~2017년에는 회사 부서원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임원들의 후원을 받아 홀몸노인을 위한 '사랑의 쌀 나누기', '사랑이 이불 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

교회의 소개로 노인요양병원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와 MC 봉사 활동도 올해 9년째를 맞고 있으며, 2016년 겨울 군 복무 중인 장병들을 위해 주변 가수들을 직접 섭외해 음악회를 열기도 하는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 역시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나누었다.

그는 2012년부터 시작된 주민들을 위한 재능기부 동편마을 3단지 입주기념음악회 '해오름콘서트 동행'을 아파트 대표축제로 만들었고, 2013년 지역에 소외된 아이들과 동편마을 지역주민들을 위한 '동편마을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사랑더하기) 음악회'를 열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더불어 농사를 통해 수확한 농작물도 주변 지인뿐 아니라 회사 사옥 경비원, 미화 아주머니 등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활발한 나눔 활동으로 2016년 수원 생명의 전화 자살예방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이듬해 6월엔 '안양시민표창'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누구나 잘 되고 싶어(Hope)합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난다면 호프맨(hopeman)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 실천으로 옮기는 두맨(doman)이 돼야 합니다.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원동력이었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삶의 열정과 나눔을 실천하는 이제윤씨. 그가 요즘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에 그의 노래 제목처럼 진정한 '상남자야'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