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정경부 기자

 


28일 오후 6시30분. 폭우가 쏟아지던 중 송도컨벤시아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인화회(仁和會) 8월 월례회의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지난달 초 인화회 개편 논의가 뜨기 시작할 때, '절대 그럴 리 없다'며 발끈했던 이들은 온화한 모습을 되찾았다.

회의장 앞에서 누군가 농담 삼아 말했다.

"그냥 해체해. 해체해도 돼." 불만은 있지만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여유가 묻어나는 말에서 괜한 안도감을 느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9일 탈퇴를 선언했지만 역설적으로 인화회는 평온한 모습을 되찾았다.

박 시장의 탈퇴 의사는 인화회 내부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 데다, 인천상공회의소라는 대안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갈 길은 명백했다.

비록 공공기관장들이 대거 불참했더라도, 재도약을 다짐하는 발언과 건배제의는 공백 없이 회의장을 채우고 있었다.

앞으로 인화회에는 공공기관장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탈퇴하거나, 조용히 회원 목록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상의도 순수한 경제인 모임으로 인화회를 끌어갈 예정이다.

공직자를 빼면 회원 수는 180여명. 이 가운데 기업인은 100여명을 약간 웃돈다.

누군가는 공공기관장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인화회가 해체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화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기업인들은 무한경쟁을 뚫고 기업을 일궈온 이들이다.

저력은 충분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회원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문제를 고치면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외부의 지적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인화회는 이번 기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택할 것이다.

그래도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장이 탈퇴하고, 사무국이 인천상의로 넘어가더라도 과제는 남아있다.

인천지역 대표 모임을 자임하려면 진정으로 일을 해야 한다.

인천의 과제는 무엇인지, 힘을 합해 어떤 일을 해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지, 함께 어떤 목표를 향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인화회는 분명 좋은 일을 많이 했다.

때만 되면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장학금을 걷었다.

그래도 지역 대표 모임의 '스케일'이 이 정도여서야 면이 서지 않는다.

인화회 이름 아래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인화회 회원들은 월례회의에서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며 항상 멋진 건배사를 외친다.

보기에는 좋지만, '인천'이 담긴 건배사만으로는 지역이 발전할 리 없다.

/박진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