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논설위원


▶날로 심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북한 비핵화 과제를 끌어들였다.

미국은 최근 공개적으로 '미·중 무역전쟁-북한비핵화'를 연관지어 거론했다.

겉으로 볼 때, '무역전쟁'과 '비핵화'는 전혀 다른 일이다.

상관성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세계패권'을 매개로 할 경우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미국의 의지에만 따를 이유를 찾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해 북·미 간 비핵화 추진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집중해 중국을 누른 뒤, 중국의 영향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 비핵화를 처리하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마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을 돌연 취소하며 '중국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훨씬 더 강경한 교역 입장 때문에 그들(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초 미국의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이 무역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미국의 요구는 온건했다. 그러나 몇 달 후 강경하게 바뀌었다.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중단 △지적재산권 존중 △중국진출 미국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지 말 것 등이다.

미국의 대중 강경파인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자기 저서 '웅크린 호랑이'를 통해 "중국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글로벌리더가 될 자격을 갖고 있으나, 중국은 수준미달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중국의 당지도부는 한 술 더 뜨는 분위기다.

이달 초 열렸던 베이다허 비밀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닌 '패권전쟁'이라고 보고 강경 대응하기로 중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도 온건파가 힘을 잃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친미온건파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다.

그는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미국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미국이 위기를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미국무역 관계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강경파가 득세하는 중국은 화이사상(華夷思想)과 중화사상(中華思想)을 토대로 21세기 아시아의 해상실크로드인 '일대일로'로부터 시작해 아시아 일에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신 먼로주의'를 표방하기 시작했다.

화이·중화사상은 자기 자신은 중화(中華)라 해서 존중하고 주변 민족을 이적(夷狄)이라 해서 천시하는 불평등한 사상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19세기 말처럼 제국주의적 패권전쟁을 벌이며, 북한 비핵화를 들고 시소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 시점에 언젠가 우리도 강대국이 되길 다짐해 본다.

/김신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