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섭 북부취재본부부장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고 균형 잡힌 조직문화 창출이 시민과 함께 시정운영에 기여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겠습니다." "노동자의 가치와 권리, 그리고 시민과의 행복, 그것이 진정한 파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이상입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7월 출범한 파주시 양대 노동조합 위원장들의 취임 일성이다. 두 노조 모두 조직의 균형, 조직문화, 그리고 시민과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해 1월 파주시에는 신년 승진 인사가 단행되면서 '인사파문'이 일어났다. 인사부서에 있던 직원이 자신보다 10여 년 선배 공무원을 제치고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공직사회에선 '신동', '셀프인사' 등 온갖 수식어가 난무했다. 당시 노조 누리집에는 조합원 인사를 '개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뜻밖의 신동(셀프진급)이 탄생했으며 그가(인사담당) 대법원 판결로 시장직을 상실한 이재홍씨 집사노릇을 한 결과 승진으로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노조는 당시 인사권자인 김준태 부시장에게 공문을 보내 인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등 분노한 노조원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인사는 노조원들이 인사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회상규상 상식에 맞는 절차가 필요했음에도 대부분의 노조원은 상식의 선을 벗어났다고 판단했기에, 노조 누리집이라는 나름의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단행한 파주시 인사도 올해 1월 그것과 별 차이를 내지 못한다. 이번에도 '셀프인사'라는 비난이 노조 누리집에 올라왔다. 한 노조원은 "또 셀프승진 하셨네요. 인사팀만 가면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는 직원 사기저하의 주요원인으로 적폐중 적폐이며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양대 노조가 행동에 옮기면서 존재감을 드러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웬일인지 노조 누리집에서만 파도가 일 뿐 외면적으로는 잔잔한 호수를 보는 듯하다.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규제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양대노조가 불합리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이 때문에 한 노조원은 "파주시의 양대 노조가 새로 취임한 시장에게 눈에 날까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번 인사에서 분명 문제가 불거졌고, 인사에 대해 비난하는 조합원이 있음에도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노동조합 책무로 볼 수 없다. 물리적인 행동을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외형적 활동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불합리한 현상에 직언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노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