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광명문화재단 대표이사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는 작곡보다는 앙상블 연주를 더 즐겼다고 한다. 특히 현악4중주에서 비올라 연주에 남다른 흥미를 가졌다. 비올라가 다른 악기와 어떻게 앙상블을 이루는가에 따라 변화하는 음색을 모차르트가 즐겼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전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적 취향을 아버지 레오폴드는 매우 못마땅해 했다. 악기를 택하려면 독주악기인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택하든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작곡으로 유명세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 마음은 아이들의 선호와 취향보다는 입신양명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는 않나.
음악을 전공한 대부분의 학생은 자기 적성에 따르는 반면 부모는 유명세와 스타로 발전가능한 전공인가를 우선하는 것 같다. 이러한 전공을 선정하는 문화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악기 전공 학생들이 대체로 많은 결과를 가져왔다. 독주악기를 전공한 학생들은 점수와 등수, 그리고 콩쿠르 입상이라는 커다란 짐을 지고 살아가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주변 동료들과 끊임없이 우열을 가리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며 앙상블의 묘미와 하모니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최근 유명한 의과대학에서 교육 평가방식을 변경하여 교육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 등수나 점수로 평가했던 구습을 타파하고 상대평가방식에서 절대평가방식으로 평가시스템을 변경한 것이다. 절대평가란 성적의 구분 없이 통과와 통과하지 못함만 표시된다. 자연히 석차도 없어진다.
우리나라 모든 학생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점수와 등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서도 A+와 F학점에 울고웃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낡은 관행을 개선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가방식 변화로 학생들의 생활 문화도 달라졌다고 학교 당국자는 전한다. 친한 친구끼리만 공유하던 시험문제와 답을 적어놓은 족보가 사라지고 서로 협력하는 교육풍토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평가 방식 변화는 교수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와서 교수의 일방적 강의가 이전 수업 방식이라면 현재는 강의 내용을 사전에 공지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형태로의 전환을 이루어 수업이 이전보다는 훨씬 생동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 전 필자가 몸을 담았던 예술학교의 한 외국인 초빙 교수가 학생들의 전공 실기 성적을 '100점과 0점'으로만 평가한 일이 있었다. 실기 시험 평가위원으로 같이 참여한 우리나라 동료 교수들은 이런 외국인 교수의 평가 점수를 보고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 당시 대학의 학칙은 전공 실기 성적이 B학점 이하인 학생은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게 원칙이어서 동료 교수뿐만 아니라 보직 교수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교수들의 뇌리에는 학칙도 학칙이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학교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는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등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결국 이 사태는 예술 교육 평가 문화가 지역마다 차이를 보여서 발생한 것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우리나라의 평가방식에 따라 학점을 주기는 했다. 하지만 외국인 교수의 평가방식에 대해 우리 교육 현실이 이러한 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 이유는 음악 교육이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하는 일 이외에 등수나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의미부여를 크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 교육의 기본은 조화, 하모니다. 선율과 선율이 하모니를 이루기 때문에 음악 어법의 기초인 화성법과 대위법에서도 금하는 법칙은 있지만, 권장하는 길 곧 올바른 방법은 따로 없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 순위와 등수를 가리는 문화에 물들게 된 것이다.

필자는 토론하는 수업과 평가 방식이 예술 교육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아울러 우리나라 예술 교육에 시급하게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 교육은 앙상블 정신으로 대변된다. 앙상블이란 조화를 뜻한다. 조화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역할과 기능에 더욱 더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