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발적 발전방안 정책 토론회
'지역화폐' 사용해 역외소비 억제
부가가치 큰 '자동차산업' 활성화
미래세대 물려줄 '공유도시' 추진

서울의 위성도시,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던 인천시는 지난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 300만명을 돌파하며 유의미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첫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되는 등 인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외형적 성장과 달리, 인천의 내발적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인천의 역외소비율은 52.8%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반면 소비유입률은 25.3%로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 인천에서 돈을 벌어 그 외 지역에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역외소비율은 21.3%, 소비유입률은 53.5%로 인천을 포함한 32.2%의 외부 자본이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
지역 금융의 역외유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시민이 지역 내 은행에 예치한 예금의 58.1%가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투자되고 있다. 7대 특·광역시 중 부산과 대구는 각각 11.13%, 2.8%에 불과하다.

인천시와 인천상공회의소는 최근 이러한 인천의 경제구조 문제점을 개선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고자 '인천지역의 내발적 발전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언을 모았다.

▲지역화폐 통한 지역 경제 성장

외생적 발전은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외부에서 찾는다. 기업유치에 따른 고용과 인구의 증가, 지방재정 확대 등으로 이어진다.
포항과 울산, 창원, 구미 등에서는 제철과 석유화학, 기계공업 등을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외생적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와 달리 내발적 발전은 지역 내에서 지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찾는다. 지역 내 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학 박사인 임조순 인천시의회 수석전문위원은 지역화폐를 새로운 지역경제 발전의 모델로 제시했다.
국민적 화폐공간과 차별화되는 지역적 화폐 공간의 구축은 유통 공간을 제한해 화폐의 역 유출을 억제하고 경제활동의 지역화를 구축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 수석전문위원은 "법정통화가 매개하지 않는 지역 내 유휴자원의 활용으로 공동체 활성화와 신뢰사회 구축, 사회자본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현금 유동성 증가에 따른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지역 기업들의 소득증대와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순환형 경제의 구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지역 화폐 사용이 활성화됐다.
지역주민 주도형으로는 '한밭레츠'와 '과천 품앗이' 등이 있다. 1999년 10월 시작된 한밭 레츠는 지역화폐인 '두루'를 사용한다. 670가구와 업소 30곳이 참여했으며 재활용품, 농산물, 의료, 교육 등을 거래하고 있다. 회원들의 재능과 물품을 나눠 쓰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공동체 화폐의 성격이 강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지역화폐 사용을 권장하는 곳도 있다. 성남의 '청년 배당'이 대표적이다. 청년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해 취업을 준비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원 방식은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활용한다. 1인당 100만원씩 총 11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청년들의 역량 개발은 물론 지역 경제의 선순환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으로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기본소득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조순 수석전문위원은 "지역화폐를 도입하게 되면 지역 내 공동체가 형성돼 지역 경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이자가 없어 법정화폐보다 몇 배 더 많이 순환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지역 고유의 필요성을 만족시켜 생산을 촉진하고 저장 이익이 없어 소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역화폐의 이점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역화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민·관·산(상)·학 협의체 구성, 지역화폐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제시했다.

▲자동차산업 활성화 필요

자동차산업은 인천 내 제조업 중 부가가치와 종사자 비중이 큰 지역의 대표적 주력 산업으로 꼽힌다. 인천 제조업 중 자동차산업 비중은 사업체수 4.6%, 종사자수 13.3%, 출하액 17.3%, 부가가치액 14.9%다. 지난 2016년 기준 인천의 자동차·트레일러 산업 사업체 수는 215곳으로 종사자 수는 2만3400명, 부가가치액은 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부품 기업 수는 447곳, 종사자는 14만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천에 최대 규모의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지엠은 인천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지엠의 국내 협력사는 총 323개사로 이 중 15.8%인 51개사가 인천에 있다. 16만7588명 중 2만6908명(16.1%)이 인천에 있는 1차 협력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연간 발주 금액만 1조1800억원에 달한다.

정남훈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자동차센터장은 인천에서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확대해 내발전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인천지역 내 새로운 완성차 공장을 설립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타 지자체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를 계획하고 있는 광주의 경우 현대차와 합작법인을 설립, 10만대 위탁 공장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 또한 지난 6월 전기 화물차 공장을 준공했으며, 대구 대동공업은 르노삼성의 전기차 생산을 추진 중이다.

인천지역 부품산업 구조 고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가칭 인천자동차산업진흥원 등 인천 자동차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직 설치를 대안으로 내놨다.
실차 시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인천 자동차 주행시험장을 설립하고 R&D, 시험인증, 수출, 교육과 컨설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유도시 정책 프로젝트 추진

진정한 내발적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과 인프라 확충에만 편중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도시 내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인천은 물리적 자산과 건물 확충에만 치중해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도시의 내적 성장은 정체됐다"며 "이제는 사람, 지식, 유산, 시민적 주체 형성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천의 내발적 발전과 도시 내적 성숙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역사와 문화, 자연에 걸쳐 인천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온전히 보전해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는 공유도시 정책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