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준 경기북부취재본부부국장

 


지금 우리에게는 생존권과 직결된 임금인상과 근로단축이 문제이다. 그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던 중소상공인들에게는 사실상 조업정지와도 같은 취지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양주에서 섬유가공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 A(61)씨는 "이대로라면 얼마 안 가서 공장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주해야 할 판"이라며 "그나마 먹고살려면 종업원을 대폭 줄여 식구들끼리 연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이런 사정은 비단 기업인뿐만 아니다. 편의점, 음식점, 이미용업, 의류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8월 전망치도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최저임금 급등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도록 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일부 업종에선 주 52시간을 도저히 맞추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어느 직장이든 성수기엔 더 일하고 비수기엔 더 오래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다. 우리 경제고용 사정이 18년 만에 최악이라는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진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자고 자칫 두 마리 전부를 잃어버릴까 걱정이다.

최근 경기북부지역에서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갖가지 대책회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지역본부는 지난달 16일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경기북부사무소, 경기북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최저임금 인상 간담회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의 후속 대책을 촉구했다.
기업인들의 절박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급기야 정부의 최저임금 고시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월급여 174만5150원)으로 확정하고 지난 3일 고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총과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경제단체들은 지금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을 선언하며 그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현행 근로시간 규제는 몇시간 일하는지가 중요한 생산직 위주의 획일적 방식이다. 업무 자율성이 높아지는 사무직·전문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한 일본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급격한 임금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정부는 생존과 직결되는 현장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