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지난 2월 경기도에서는 31개 시·군이 참가하는 '규제혁파 경진대회'가 열렸다. 아무리 떠들어도 정작 도장을 움켜쥔 공무원들이 꿈쩍을 않으니 나온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 행사에 걸린 총 상금이 300억원이었다. 특별조정교부금 신청권과 본선 진출팀에 대한 포상금 등이다. 주인인 국민들을 옥죄는 첩첩의 규제를 풀기 위해 또 다시 국민들의 세금을 퍼붓는 격이다. 실소를 금치 못할 풍경이다.
▶프랑스 대혁명기, 급진 자코뱅당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는 우윳값을 절반으로 낮추라고 명령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유를 맘껏 마시도록 하기 위해서다. 생산비도 못 건지게 된 우유업자들은 젖소를 잡아 고기로 내다 팔았다. 우유 가격이 더 올랐다. 건초값이 비싼 때문으로 보고받은 로베스피에르는 이번엔 건초값 인하를 명령했다. 건초 생산 농민들은 밭을 갈아 엎고 작물 재배로 돌아섰다. 우유값이 10배로 뛰었다.
▶중국의 대약진 운동 시기, 마오쩌뚱이 참새 박멸을 지시했다. 농민들이 애써 키운 곡식을 축내서다. 2억여 마리 참새가 박멸됐다. 그러자 참새의 먹이인 해충이 창궐했다. 농사를 다 망쳐 수천만이 굶어 죽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경제학자 하이에크를 초청했다. "어떻게 하면 인민들이 굶주리지 않을까요" "농민들이 마음대로 생산하고 처분하도록 내버려 두시오"가 답이었다.
▶2012년부터 대형 마트에 대해 2·4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도록 했다.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과연 살아났는가. 우리들 중 누가 "아차 오늘은 마트가 쉬니 전통시장으로 가야지" 했는가. 그 덕분에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이른바 '중대형 식자재 마트'만 노가 났다는 소식이다.
▶따지고 보면 규제는, 공무원에 앞서 국민들 스스로가 만들어 준다. 흔히 '당국은 손 놓고 있다'고 하는 언론보도나 시민단체들의 격한 구호들이 그것이다. 그 때마다 공무원들은 '얼씨구나'할 것이다. 규제는 무얼 좀 해보고자 하는 국민들을 가시밭길의 장애물 경기로 몰아간다. 못된 규제는 조선시대 탐관오리들에 준해 근절해야 할 숙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 공약파기가 아니다"며 규제 개혁에 나섰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을 외면하면서까지 추진했던 FTA(한·미자유무역협정)에 비유되기도 한다. 재벌이 밉다고 시작한 은산분리가 무얼 가져다 주었나. 국민들이 애써 키워놓은 은행들을 '론스타 먹튀' 등에 갖다 바치지 않았나. 문 대통령의 영단이 쭉 이어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