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전 멀리 충남 태안군 천리포해수욕장내 서울대수련원에서는 한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큰 인명피해 뉴스에 워낙 익숙한지라 그 죽음은 사람들 관심조차 끌지못했지만, 생전 그의 자리가 너무 컸기에 그를 아는 이들의 오열과 슬픔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앞날이 촉망되는 인천의 젊은이, 김홍준군(19)이었다. 올해 인천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자연과학부 지구환경과학계 1학년에 들어간 젊디 젊은 학생이었다. 학교내 동아리인 `천문회"" 선후배 50여명과 별자리 관측을 겸한 수련활동을 왔다가 수련원에 바로 접한 바다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2학년 선배 한명과 함께.
 일부 언론은 `술을 마시고 수영을 하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 이들을 우리가 듣던 그 무분별한 젊은이들중 하나로 치부해버렸지만, 여러 정황상 인정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수련원은 밀물때는 바닷물이 철썩이는 축대위에 지어져 있다. 캠프파이어가 열리곤 하는 수련원 마당가 바로 뒤 투명 철제담 너머가 곧장 바다인 것이다. 그 투명 철제담 중간엔 문이 있고 층계가 나있어 썰물 때는 모랫벌에 나갈 수도 있다. 밀물로 바다가 깊어져 있던 새벽, 김군은 선배와 그곳으로 나갔다 변을 당한 것이다.
 바지를 입고, 주머니에 지갑까지 넣은 채 반듯하게 누운 채 발견된 김군. 부모 말에 따르면 그곳 경찰은 익사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물이 가득찬 시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더욱이 긴 바지까지 입었던 것으로 봐 수영을 하던 것이 아니라 심장마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본 이가 없는 지금, 아무도 그들이 죽음을 맞던 순간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바닷물이 철렁이는 축대위의 수련원, 열려져 있던 바다로 향한 문, 캄캄한 새벽 낯선 층계에서의 헛디딤 등 그 누구였어도 위험했을 정황은 예측할 수 있다.
 `행여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의구심은 스무해 남짓한 그의 삶을 보면 깨끗이 지워진다. 그의 가방에서 발견된 수십장의 헌혈증서, 반장이었던 재학시절은 물론 졸업후에도 모교인 인천과학고 후배를 챙겨주던 아량, 과대표를 맡아 활동하면서 학업에도 열중해 대학 1학기 최고성적을 거뒀던 열정.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향해가면서도 주위를 보살피던 넉넉하고 정신건강한 젊은이였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선후배와 스승 등 수백명의 행렬이 충남의 먼 영안실앞에 수십미터 줄을 서 대학 교수들마저 놀라워했다고 한다.
 `어린이도 아니고, 성년이 다 된 젊은이가 제 앞가림도 못하는가"" 하는 비난에 앞서 우리 사회 곳곳의 안전불감증을 다시한번 떠올려보자. 화재·붕괴·폭발·추락·충돌·전복…. 일일이 예를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설마""하다 다치고 죽은 소중한 목숨이 몇인가. 어둠이 내릴 무렵 그 철제담의 문을 잠갔더라면 낯선 곳 한밤중의 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게 아닐까….
 한 부모의 자랑스런 아들이기도 했지만, 인천이 길러낸 바른 인재였던 김홍준군. `별을 보는 것, 그런 별을 탐구하는 것으로 일생을 바치는 것이 저의 소망이며, 그러는 동안 세계적인 연구를 해 천문학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것이 제 인생 최대의 목표입니다."" 꿈 많던 젊은 생명이 꽃 피워보지도 못하고 이렇듯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일어나지 않기를….
 〈손미경기자〉 mimi@inchonnews.co.k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