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한국화가 한윤기


'우리춤이야기전' 27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승무에서 인도·라오스 전통춤까지 장르 망라

 

   
▲ 달밤에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와선 인도 풍물을 담은 인도기행전을 열었다. 다음은 라오스, 캄보디아를 돌아보고 그 지역 문화를 화폭에서 살려냈다. 불교의식 범패와 작법무를 짚어낸 범패그림전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도달한 지점이 한국전통무용을 소재로 한 '우리춤 이야기'전이다.
한윤기 한국화가가 최근 몇 년 간 건너온 예술세계 행보다. 단편적인 충동에 의해 행해왔다고 해석하기엔 연결고리가 확연하다.

역시나 화가는 작정하고 전시를 이어왔다고 말한다. 우리전통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살아왔다. 우리 것에 이르기까지 문명 발상 경로를 따라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인도와 동남아 기행은 그를 몸소 체험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오랫동안 소망했던 작업을 드디어 실현하는 순간이다. '열두번째 한윤기 개인전-우리춤이야기전'이라고 적힌 초대장을 내민다. 지난 21일 개막, 27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대전시실에서다.


▲ 전통춤을 동경하며

"어릴적부터 유독 무속이 좋았습니다. 삶의 일부인 양 친근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요. 20대 인천미술대전 첫 입상작도 소재가 전통춤이었지요. 언젠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테마로 풀어보리라 다지며 살아왔습니다."

교직 초년생 시절 서울국악예고를 선택한 것도 간절함의 발로에서 였다. 이후 10년간 근무했던 시간은 미술적 정서를 확장시키는 토양이 됐다.

"전통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춤사위가 떠오릅니다. 머리로 이해하기 이전에 가슴으로 느끼고 있음을 발견하곤 합니다."

지난해 능화스님(인천시무형문화재 '범패와 작법무' 예능보유자)으로부터 범패박물관 개관을 기념하는 그림전을 열어달라는 제의를 받자마자 쾌히 승낙한 것도 이유 있는 승낙이었다.

"본격적인 우리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불교 의식무이긴 합니다만, 춤을 어떻게 화폭에 풀어낼 것인가 충분히 공부가 될 수 있겠다 했지요. "

꼬박 네달을 작업했다. 결과 100여점을 완성했다. "물론 공연들을 찾아다녔지요. 그럼에도 옛 부터 많이 접해왔기에 작업이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인도기행 이야기로 넘어간다. 배낭 하나 둘러 메고 훌쩍 떠났다. 드러난 외양은 자유로우나 내심 욕심을 냈다. "우리 문화의 기원을 찾아가는 심정으로 접근했습니다. 문명이 만들어진 경로를 역으로 짚어나간다고나 할까요."

얻은 것이 많은 여행이었다. 인도 승녀와 인도 여인의 모습일 지언정 보편적인 삶의 모습은 같다는 사실을 진하게 느꼈다.

그간 한국무용에 대한 논문도 한편 써 냈다. 발표를 위해서가 아닌, 철저히 전시를 염두에 둔 작업이었다.
양적인 축적은 질적인 전환을 가능케 한다. 이제는 때가 됐다고 화가는 생각했다. 시작을 했는 가 했더니, 점점 속도가 붙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려나갔다.

승무에 장구춤, 북춤, 소고춤, 화관무, 한량춤, 농악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망라한다. 더해서 인도와 라오스 전통춤도 넣었다.

인천종합문예회관 대전시실을 장소로 얻을 수 있어 행운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작품을 내놓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말끝에 환한 웃음을 단다.


▲ 드로잉에서부터
 

   
▲ 아침


무엇보다 드로잉을 중요시 여기는 화가다. 드로잉 양이 그만큼 많다.

"열을 드로잉 하면 작품 하나를 골라냅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양하게 접근합니다. 밑그림이 많아 질 수 밖에 없지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린 드로잉이 족히 천점은 될 겁니다. " 그중 골라 완성한 그림이 200여점이다. 전시에 내놓기 위해 반 이상을 더 덜어냈다.

"남들보다 작업양이 많다고 감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시간 그림을 그리며 산다고 할 수는 있지요. 이번 전시를 위해선 드로잉 한달에 본 작업 두달을 쏟았습니다."

해서 완성된 작품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한국화의 멋 중 하나인 여백의 미를 수용하고 있는 점이다. 때론 과감하게, 때론 부분적으로 제각각의 구도속에서 녹여냈다.

"비움의 미학야말로 채움의 그것을 넘어선다고나 할까요. 궁리 많이 했습니다."

 

   
 


▲ 즐거운 인생, 그림

전시를 할 때마다 온 시간을 쏟아붓는다. 밥 먹는 일도 잊곤 한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른다. 이유는, 작업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화선지를 대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고 재차 말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일 중독과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 전해진다. 작업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화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겠느냐고 묻자 대답이 사뭇 진지하다. "그림 없는 삶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마무리는 전시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다. "기간이 한달만 더 있었으면 좀 더 완성된 그림을 내놓을 수 있지 았았겠나 해요. 부끄러운 부분이 자꾸 보입니다." 그럼에도 와서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웃음에 얹는다.

/김경수기자 kk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