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혜현 관교여중 교사 '우리마을 인문지도 만들기' 수업
"아이들 낯선 분야에 흥미 느끼고 달라지는 모습에 보람"
▲ 관교여중 영어교사 온혜현(40)씨가 학생들이 만든 마을지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도 행복하단 사실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의 관교여자중학교에서 만난 영어교사 온혜현(40)씨는 '우리마을 인문지도 만들기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남구 교육혁신지구에 선정된 관교여중에서 자유학기제 기간을 활용해 중학교 1학년생 40여명을 대상으로 올해 5~6월 처음 진행됐던 마을교육 프로그램이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강조하는 남구 교육혁신지구의 특성이 반영됐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독립서점, 독립영화관 등에서 초빙한 전문가들이 그들의 삶과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경험을 들려주면 학생들이 이들을 인터뷰하고 마을인문지도를 만든다.

시작은 독립서점 책방지기가 만든 인문지도를 우연히 발견하면서다. 지역 곳곳에 숨겨진 인문공간을 소개하는 모습은 마을교육에 관심 많은 온씨에게 큰 인상을 줬다. 그렇게 책방지기를 섭외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래와 학업, 친구관계로 고민이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삶을 고민해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온씨는 "아이들이 학업과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고 무리에 들지 못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남들과 달라도 행복할 수 있단 사실을 알길 바랐다"고 했다.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고 섭외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사람을 하나둘 만날수록 아이들은 달라졌다. 영화, 독립출판 등 낯선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파고들었다. 온씨는 "말을 잘 안 하던 아이가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산만했던 아이가 진지해진다"며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서 보람을 느꼈다"고 웃었다.

민간과 함께하는 마을지도 만들기는 인천에서 처음 시도됐다. 민간과 학교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때문에 온씨가 교육청의 눈에 띄었다. 현재 남부교육지원청에 섭외돼 현재 초·중학교 교사 20~30명에게 관교여중의 마을지도 프로젝트를 모델 삼아 마을연계교육수업을 하고 있다. 마을지도 프로젝트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마을 현장을 탐방한다. 내년이면 학교마다 마을지도가 생길 예정이다.

인터뷰가 한창인 와중에 장훈동 교장이 들어왔다. 장 교장은 마을교육활동에 관심을 갖고 적극 지지해왔다. 그는 "학교 기본 교육과정에서는 시험제도로 평가돼 옳고 그름만 찾는 형태를 벗어나기 어렵지만 사회 각 분야의 주민들이 섞이면 옳고 그름을 떠나 다름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며 마을교육의 가치를 강조했다.

온씨의 목표는 마을이 학교와 같은 배움터가 될 수 있도록 마을교육 활성화에 힘쓰는 것이다. "다양한 주민,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마을교육에 대한 고민을 좁히고 학교마다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싶어요."

/글·사진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