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치슨 운석 속 머리카락 굵기 '히보나이트'로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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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지구가 형성되기 전 태양의 격렬했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물증이 학계에 보고됐다.

약 46억년 전에 형성된 태양은 초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사납게 방사선을 내뿜고 불꽃도 맹렬했다고 한다. 이는 지구가 태어나기 전이라 물리적 증거 없이 다른 별을 관측해 내린 결론인데,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통해 이를 처음으로 입증하게 된 것이다.

31일 phys.org 등 과학전문 매체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우주화학자 필립 헥 부교수 연구팀은 지난 1969년 호주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에서 찾아낸 '히보나이트(hibonite)' 알갱이에서 태양의 격렬한 초기 활동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밝혔다.

헥 박사는 "태양계에서 태양의 초기 활동을 입증할 만큼 오래된 것은 거의 없었다"면서 "이 히보나이트가 태양계에서 형성된 첫 광물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머치슨 운석 샘플에서 분리한 머리카락 굵기의 히보나이트를 첨단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분석했다. 질량분석기의 적외선 장치로 히보나이트를 녹여 45억년 이상 갇혀있던 원소를 방출하도록 했다.

짙은 청색의 히보나이트가 내뱉은 원소는 네온과 헬륨. 히보나이트는 원래 칼슘과 알루미늄이 풍부한데, 태양이 우주로 방사선을 내뿜으면서 양성자가 이 원소들과 충돌해 네온과 헬륨이 됐다.

연구팀은 히보나이트의 네온과 헬륨 존재가 태양계 초기의 격렬했던 상황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증거라고 했다.

태양 탄생 초기에 주변에는 먼지와 가스로 된 원반이 돌고, 중심부는 화씨 2천700도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워 납도 녹일 수 있는 금성 표면의 온도(872도)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헥 박사에 따르면 히보나이트는 이 원반이 식으면서 우주 암석 속에 형성된 뒤 지구보다 더 멀리 떨어져 나갔다. 히보나이트의 생성 연대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았지만, 성분으로 볼 때 태양이 형성되고 수십만 년 뒤부터 지구가 형성되던 5천만 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헥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주 불꽃쇼를 보는 것 같았을 것"이라며 "태양 초기에 폭발이 더 자주 있었고 이런 폭발이 전하를 가진 하전입자를 사방으로 분출하며 모든 것을 방사선에 노출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단계의 방사선 노출은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나 지구나 달의 암석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태양의 활동이 어느 시점부터 둔화되기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