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타고 외지인들 몰려
소음 불법주차 쓰레기 마찰
주민 대부분 짜증·불편 호소
지자체 관련 규제수위 고심
도심 주택가는 사생활 논쟁
▲ 22일 오후 광주시 오포읍의 한 작은마을에 들어선 카페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뒤로 보이는 마을 주민들은 교통혼잡과 차량 소음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오늘도 어김없이 동네에 차들이 몰려오네요. 정신이 없어요."

주말 나들이가 한창인 22일 오후 2시, 광주시 오포읍 한 작은 마을 주민이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차량들을 가리키며 쓴말을 내뱉었다.

주민에 따르면 이곳 마을은 도심을 벗어난 외곽에 있고, 특별한 시설도 없어 수십 년 동안 거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인적이 드물었다.

한마디로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갑작스레 마을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모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카페 업소가 개점했기 때문이다.

3층 규모의 카페는 커피는 물론 직접 만든 주스, 빵까지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탁 트인 인테리어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친환경적 테마도 갖췄다.

이에 '좋은 카페가 생겼다'는 입소문이 나더니, 곧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까지 퍼져 일명 '커피족 명소'가 됐다. 주말엔 외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합쳐 수백명이 붐비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을의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많은 차량들이 내뿜는 소음과 매연, 시끌벅적한 사람 소리 등이 뒤엉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카페에서 나온 각종 쓰레기를 마을에 버린다거나 주택가에 차량을 대놓는 일부 방문객은 불청객이다.

오포읍 주민 A(37)씨는 "마을에 사람냄새가 나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대부분 짜증낸다"며 "조용한 마을 풍경이 카페 하나로 바뀌니 그렇다"고 꼬집었다.

인근 용인, 이천, 남양주시 등 농촌지역에도 음료와 음식을 파는 업소들이 마을 구석까지 파고들면서 주민과의 마찰이 잦아졌다.

방문차량이 마을 도로를 점령하는 등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수원시 등 도시의 경우 주택을 개조한 업소가 성행해 '사생활침해' 목소리까지 나온다.

팔달구 주민 B(44·여)씨는 "집과 업소들이 마주한 구조라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장사를 허용하던 해야지"라고 투덜댔다.

경기지역에 이 같이 '장소를 가리지 않는' 형태의 영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문제를 해결할 운영 기준 등은 미비한 상태다.

지자체의 교통개선 등 사업도 변두리 지역, 주택 밀집가란 점에서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 대책이 시급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요즘 창업의 추세가 프랜차이즈가 아닌, 특수한 환경을 따르다보니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며 "대책을 마련했다간 상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에 부딪칠 수 있어 고민이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