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인천으로 떠나는 힐링캠프' 교육을 진행한 때는 2016년 가을이었다. 경북 '봉화도서관'의 초청으로 첫 날 봉화로 내려가 인천 역사문화 강의를 했고, 이튿날 40여명의 참가자들을 인천으로 인솔해 현장답사에 나섰다. 얘기하고 싶은 콘텐츠는 많았지만 시간상 '차이나타운'과 '송도국제도시'만을 선택했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꽉 채운 수강생들은 진지했고, 호기심 넘쳐나는 눈빛이었다. 현장답사를 하는 동안은 개항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차이나타운, 역동적 이미지의 송도국제도시가 강렬한 인상을 준 것 같았다. 물론 답사 전 인천스토리텔링 강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을 터였다.
1박2일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에 인천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강의 며칠 뒤 참가자 한 분이 걸어온 전화 때문이었다.
"선생님~ 지난 번 인천여행 너무 좋아서요. 친목단체 회원 50명을 데리고 인천에 갈 건데 갈 만한 곳과 숙박장소 좀 추천해 주세요."
국내외 많은 도시가 관광객 유치, 거주인들의 긍정적 정주의식 형성, 기업·자본이 투자하고 싶은 도시를 꿈꾼다. 지자체들이 '도시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이유는 도시의 철학과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차별화한 브랜드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개항장과 송도국제도시뿐만 아니다. 2000년 비류의 인천역사가 흐르는 문학산 일대, 고려의 고도(古都)인 강화도, 삼국시대 능허대로부터 이어온 해양도시, 대중·클래식 음악의 태동지 등등 인천엔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브랜드가 황해처럼 넘실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고 싶은 도시, 회색도시로 알려지고,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은 '이부망천'이란 망언까지 나온 것은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나무만 보여주고 인천의 숲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브랜드는 건축물 같은 유형의 인프라와 역사·문화와 같은 무형의 이미지가 잘 결합할 때 가치를 발현한다.
서해평화협력의 시대, 인구 300만의 인천은 이제 대내외적으로 인천이 품은 '울창한 숲'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인천만이 가진 역사, 문화, 지정학적 콘텐츠를 발굴해 의제를 설정하는 도시브랜드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