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기관' 지정돼 인천출입국사무소 신청자 폭증 … 선호 이유는 '접근성'
인천이 세계로 통하는 관문으로서 부상하면서 세계 각국 난민의 발걸음은 인천으로 향하고 있다. 작년 3월 인천출입국사무소가 '난민거점기관'으로 지정된 가운데 인천출입국사무소 난민 신청자가 크게 상승했다.

12일 법무부·인천출입국사무소 등에 따르면 2016년 639건이던 인천지역 난민 신청 수는 작년 2320건으로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요 도시인 서울(3099→4146건)·광주(325→359건)·대구(140→175건)·부산(226→221건)의 증가폭과 비교했을 때, 월등한 차이다.

여기에 지난 5월까지 접수된 올해 난민 신청자가 1587건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난민 신청 수는 작년 수치를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눈 여겨봐야 할 점은 국내 난민 신청자 중 인천지역 신청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0.3%(5건), 2014년 0.75%(22건)으로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5%(292건)로 급증하더니 2016년 8.4%(639건), 2017년 23%(2320건)을 기록하면서 폭증하고 있다.

늘어나는 난민 신청자 수에 발맞춰 인천출입국사무소는 올해 3월부터 난민인정 신청 민원인을 대상으로 방문 예약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천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수도권에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접근성이 좋고 난민 신청자가 많은 인천이 또 다른 난민거점기관으로 지정돼 난민 신청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난민이 인천을 선호하는 이유는 인천이 가진 지리적 특징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 있고 서울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 난민이 접근하기 쉬운 도시"라며 "공단이 많아 일자리 구하기가 비교적 쉽고, 영종도에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가 있다는 사실 역시 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난민 신청자 수가 늘면서 법무부는 2014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열고, 난민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난민 인정·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재정적 난민 등 불법 체류자나 범법자 등을 제외한 난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최대 수용 인원은 82명으로 최대 6개월 동안 거주할 수 있고, 이 기간 동안 한국어·성교육·범죄 예방 등 한국 생활에 필요한 소양교육이 함께 진행된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 깨띠앙

▲미얀마 출신 깨띠앙 "활발한 제 성향과 잘 맞는 지역 … 결혼으로 이주한 친구들 돕고파"

"미얀마에 있을 때보다 인천에서 사는 게 활발한 제 성향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친구들을 돕고 싶습니다."

고향을 떠나 인천에 온 지 올해로 8년째인 미얀마 출신 깨띠앙(39)씨는 인천에서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얀마에 있는 한국회사에 다녔던 그는 당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인천 남동구에 터를 잡았다. 인천에 오자마자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는 바람에 홀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두려울 법도 했지만 운 좋게 병원 근처에 있는 인천외국인력지원센터를 찾게 됐다.

마침 센터에서 외국인과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실을 운영했고 수업을 들으며 한국어를 배웠다. 언어 습득력이 빨라 단계 별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렀고 통역 자원봉사까지 제안 받았다.

"어느 날 센터에서 통역 봉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하시더라고요. 미얀마 노동자들이 늘고 있어서 통역이 필요할 때였죠. 센터 덕분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어요."

3년 동안 통역사로 일하면서 깨띠앙씨는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언니이자 누나, 이모 같은 존재였다. 통역 외에도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태도와 예의 등을 알려줬다. 깨띠앙씨는 아직까지 그들과 연락하며 안부를 주고받는다.

"아이를 낳으면서 통역봉사를 그만뒀어요. 지금은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일을 도우면서 일주일에 3번 인천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나가요. 미얀마 노동자들과 한국회사 간의 소통을 지원하고 있어요."

깨띠앙씨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과도 자매처럼 지낸다. 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서로를 친밀하게 이어줬다.

"아마 인천에 정착해 계속 살지 않을까 싶어요. 시댁도 가까이 있어서 좋고요. 아이가 크고 여유가 생기면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고 싶어요. 특히 남동구에는 노동자들이 많잖아요. 제가 노동법이나 일자리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저의 바람이자 꿈입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 칼리토

▲필리핀 출신 칼리토 "가까운 공항 덕분에 심리적 안정 … 부인·아이들 데려와 송도 살고파"

"다른 곳에서도 살아봤지만, 인천만큼 좋은 곳은 없더라고요. 이곳은 제게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2005년 필리핀을 떠나 한국에 온 칼리토(39)씨는 인천은 가족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전라도 광주와 논산, 부천 등 다양한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인천만큼 따뜻한 곳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첫 한국 생활을 시작한 광주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어요. 논산에서 역시 왕따를 당하는 등 심한 차별을 받았습니다."

그는 폭행과 차별로 얼룩진 과거를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몇몇 한국인들의 괴롭힘에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다시피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인천이었다. 공항과 항구가 있는 인천은 고향인 필리핀을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도시기 때문이다.

"다 포기하고 그냥 필리핀으로 떠나려 했어요. 그런데 인천에 내린 순간 인천의 분위기가 절 끌어당겼습니다. 공항 가까이에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너무 편안했어요."

여유가 생기자 일자리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남동구에 있는 한 전기제조 업체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그때부터 인천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가 가족을 보러 잠시 필리핀으로 돌아간 2011~2015년을 제외하고 인천에만 사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2016년 한국에 다시 돌아온 그가 높은 보수를 줄 테니 타지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인천을 향한 마음에 있다. 그는 필리핀에 있는 부인과 3명의 아이를 한국에 데려와 송도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 번은 송도에 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송도라는 동네의 아름다움에 빠졌습니다. 돈을 열심히 벌어 외국에 있는 가족들과 송도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없고 약한 외국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돕는다면, 인천은 더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 같습니다."

/글·사진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