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유사 이전에는 물론이지만 농경사회로 접어든 이후에도 민족이동은 세계 도처에서 계속되었다. 더 비옥한 땅, 그리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크고 작은 민족들의 움직임에 따라 지역 분쟁과 무력대결이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 대표적인 민족이동은 시리아 난민 100만명이 독일에 정착한 사실일 것이다. 내전상태에 있는 시리아에서 탈출하여 터키난민수용소등에 수용되어 있던 난민들을 메르켈 독일수상이 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지 못하게 막아주는 대가로 리비아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2008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가 리비아의 전 독재자 카다피와 맺었지만 2011년 카다피가 제거된 후 사문화되었던 것인데, 이번 주 트리폴리에서 말라네시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피예즈 알 사라즈 리비아 거국내각총리가 다시 서명함으로써 되살렸다. 난민유입을 막아보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긴박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대륙에 이주하려는 난민과 이민의 대열은 2016년 이후 감소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아프리카 대륙과 인접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의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이민 브로커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유럽 각국의 난민과 이민봉쇄정책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그들의 사업을 지속한다. 아프리카 대륙과 불과 15㎞의 해협을 마주하고 있는 스페인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달에 집권한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수상이 이끄는 사회당 정부는 이탈리아와 몰타에서 상륙금지당한 '아쿠아리우스' 구조선에 타고 있던 630명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 자선단체들은 새 정부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해변을 끼고 있는 지방정부와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민과 난민 수용이 한계점에 달했고, 특히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스페인의 이민유입 증가 사태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인접국 모로코가 난민이나 이민문제 협조를 놓고 유럽연합과 거래를 시도하려는 정황이 있는 데다가 사회당 정부의 비호로 이민 브로커들이 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불법으로 이민하면 72시간 경찰서에 있다가 즉각 추방되지 않으면 60일 동안 수용소에 있게 되는데, 수용인원이 초과되어 민간단체로 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당 정권과 인권존중이 결과적으로 브로커들의 이민사업을 고무한다는 비판을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