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사회부 기자

인천지역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두 아이가 뛰논다. 또래 아이들은 만나서 반갑다고 난리인데, 옆에 선 어른들은 서먹한 인사만 주고받고 만다.
30대 여성과 50대 여성. 서로 아이 보호자로 따라 나왔지만 한 명은 엄마, 다른 한 명은 할머니다. 얼마 뒤, 아파트 출입문 쪽으로 어깨에 가방을 멘 젊은 여성이 달려와 아이를 안고 50대 여성에게 말한다.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서 별일 없었대?"

자식의 자식을 기르는 '황혼육아'는 이미 지역에선 흔한 일이다.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인천 68만 가구 중 29만8000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부부 100쌍 가운데 44쌍은 직장인인 셈이다. 인천지역 맞벌이 가구 비율은 2016년 42.3%에서 1년 동안 43.8%로 1.5%p 증가했다. 다른 지역보다 낮은 임금과는 상관없이 치솟는 물가에 치여 외벌이로는 도무지 가계를 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에 아이를 혼자 둘 수 없다. 젊은 부부들이 이럴 때 손을 벌릴 만한 곳은 부모님 말고 딱히 없다.

노년에 접어들며 맡게 된 두 번째 육아를 지지하는 인천지역 안전망은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동네 단위로 구성된 '맘 커뮤니티'와 '키즈카페' 등 육아 환경이 모두 20·30·40대 부모 세대에 맞춰져 있다.
평일에 3살짜리 손자를 맡고 있다는 박모(56)씨는 "밖에서 일하는 자식도, 엄마 손에서 먼 손자도 안타까워 하고 있기는 해도 사실 외롭고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동계 최대 이슈인 '주 52시간 근무제', '육아휴직'은 단순히 노동자 휴식 보장을 넘어 황혼육아 무게를 덜어 줄 장치들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맞벌이 부부 '칼퇴'는 황혼육아 담당자 '칼퇴'로 이어질 것이다. 여성·남성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육아휴직 역시 조부모와 부모 간 육아 균형을 새로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모두 2만400명이다. 2016년 2만3609명이던 숫자가 불과 1년 새 14%나 줄었다.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이들이 자식의 육아까지 짊어지지 않았다면 이 숫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