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통도사를 포함한 우리나라 7개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을 들으며 강화도 '전등사'와 '보문사'가 떠올랐다. 현존하는 한국 사찰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등사. 백제불교가 공인되기도 전인 381년 창건한 전등사는 '해동비창불우'(海東鼻創佛宇)라 불리며 국내 최초의 사찰임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고려 충렬왕 비인 정화궁주가 옥등을 시주한 원간섭 시기, 병인양요(1866) 때 양헌수 장군의 지휘 아래 프랑스군을 격퇴한 사건 등 전등사는 고대~근현대 역사를 품고 있기도 하다. 전국 최대의 왕실서적 도서관인 '정족사고'도 있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창건한 보문사는 동해안의 낙산사, 남해안의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팔만대장경 인본을 보관했던 곳이기도 하다.

통도사 등 7개의 사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7~9세기 세워진 이후 신앙·수도·생활의 기능을 유지한 종합승원'이란 '탁월한 보편적 기준'(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전등사와 보문사는 4세기, 7세기에 각각 세워져 신앙·수도·생활의 기능을 유지해 왔으므로 '탁월한 보편적 기준'에 충분히 부합한다. 여기에 단군과 같은 한민족의 신화와 위기 때마다 나라를 지킨 호국불교의 성지, 팔만대장경과의 연관성 등 '플러스 알파'의 장점까지 갖추었다.

지난 6일 전등사에서 열린 '제18회 삼랑성 역사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회의 때도 이런 얘기가 나왔다. 강화도는 물론, 인천시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삼랑성축제를 논의하는 자리이긴 했다. '2018 천년의 꿈'이란 주제로 10월 개최하는 삼랑성축제를 논의한 상임위원들은 회의 말미, 전등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세계문화유산에서 피어나는 축제는 당연히 세계적 축제 반열에 오를 것이다.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역사·문화적 배경을 차치하고서라도 전등사와 보문사는 불교정수의 아우라(Aura)를 내뿜는다. 절이 각각 위치한 정족산, 낙가산과 어우러진 고색창연한 사찰 건물들은 지상에 펼쳐진 극락을 연상케 한다. 전등사와 보문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고민해야 한다.